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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호 “마치 김홍도의 풍속화 보는 듯… 한국판 ‘라 트라비아타’ 만들 것”

입력 : 2017-07-23 21:04:49 수정 : 2017-07-23 21: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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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동백꽃 아가씨’ 연출 맡은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가 무용 연출에 본격 나선 건 4년 전이다. 일부에서는 미심쩍어했다. 비전공자가 공연을 한다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의구심은 곧 찬사로 바뀌었다. 그가 참여한 ‘단’ ‘묵향’ ‘향연’은 한국무용계에 새 흐름을 몰고 왔다.

국립오페라단의 ‘동백꽃아가씨’로 오페라 연출에 처음 도전하는 정구호는 “오페라를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이 와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애호가분들은 ‘라 트라비아타를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하고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문 기자
그가 이번에 오페라 연출로 눈을 돌렸다. 국립오페라단이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며 만든 ‘동백꽃아가씨’를 맡았다. 25억원이 투입되는 대형무대다. 보는 눈도 많고 기대도 높다. 자연히 우려도 나온다. 최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정구호는 “제 작업을 많이 본 친구들은 ‘기대한다’고 하는데 한편으로는 ‘정구호가 오페라를 알아, 그런 전문적인 걸 알아’ 하는 얘기도 들리더라”며 웃었다.

사실 그의 ‘오페라 공력’은 상당하다. 그가 처음 본 오페라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마술피리’였다. 미국 유학 시절에는 연간 티켓을 끊을 정도로 오페라에 빠져 살았다. 그런 만큼 뛰어난 오페라를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지만 “그래서 더 도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첫 도전은 역시 녹록지 않았다. 무엇보다 야외 오페라라 제약이 크다. ‘동백꽃아가씨’는 8월26∼27일 서울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펼쳐진다.

“신고식을 세게 하네요. 실내 무대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쉽지만, 야외라는 불리한 조건으로 오히려 새로운 걸 보여줄 수 있을 거예요. 그래도 한여름밤에 7000명이 모여 오페라를 감상할 기회가 얼마나 있겠어요. 좋은 기회 같아요. 새 소리, 매미 소리가 들리겠죠. 자동차 소리는 작았으면 좋겠어요. 구슬비는 괜찮은데 장대비가 내리면 접어야 해요. 하늘이 저를 불쌍히 여기시길.”

새 장르, 야외무대인 것만도 큰일인데, 그는 한술 더 떠 ‘한국형 오페라’를 하겠다며 팔을 걷었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를 조선 영·정조대로 가져와 재해석했다. 원작의 고급 성매매여성과 프랑스 귀족 청년을 각각 황진이 같은 조선 기녀와 양반으로 바꿨다. 줄거리를 설명하는 변사를 내세우고 무대, 의상, 춤도 한국적으로 만들었다. 제목 ‘동백꽃아가씨’도 그의 아이디어다.

“‘축배의 노래’를 부를 때 보통 샴페인 잔을 들지만 이번에는 김홍도 풍속화처럼 남녀가 어우러져 노래할 거예요. 성악가들이 옷고름 잡고 눈물 흘리고, 여주인공은 서양 침대가 아닌 큰 단상에서 소복 입고 숨지죠. 아름다운 비극을 만들고 싶어요.”

그는 서양 패션 디자이너임에도 공연에서 유독 한국적인 것을 천착해 왔다. 정구호는 “자기 뿌리가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립이란 단어가 붙은 단체에서는 더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전통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전통의 현대화를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국내에서 많은 오페라가 공연되는데 과연 한국화하고 있나 싶었어요. 외국에서는 원작을 바탕으로 새 버전을 만들고, 이걸 가지고 세계 각국으로 투어 다니잖아요. 다른 나라에서 만들 수 없는 ‘라 트라비아타’ 한국 버전이 탄생돼 해외에서도 관심을 갖게 하는 게 제 목표예요.”

그의 연출 참여 외에도 ‘동백꽃아가씨’는 뛰어난 출연진으로 기대감을 높인다. 소프라노 이하영, 손지혜가 비올레타, 테너 김우경, 신상근이 알프레도를 연기한다. 그는 이 무대를 ‘한여름밤의 축제’로 즐겨 달라고 당부했다.

“전문 오페라라기보다 오페라와 대중이 만날 수 있는 한여름밤의 야외행사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즐기시면서 볼 수 있을 거예요. ‘정구호 어떻게 하나 보자’ 하기보다, 같이 즐겨줬으면 해요.”

영화 의상, 무용, 오페라로 이어져온 그의 창작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7, 8개 작품이 짜여 있다. 한국무용, 현대무용, 실험적 컨템퍼러리, ‘묵향2’, ‘묵향3’, ‘향연’ 새 버전 등 다양하다. 창작 오페라도 머릿속으로 쓰고 있다. 게다가 매주 일요일에는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중이다.

그는 “홈쇼핑에서 하루 방송해 버는 돈이 1년 내내 공연 열 번 하는 것보다 훨씬 많지만 공연은 돈과 상관없이 만족하고 즐길 수 있는 작업”이라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프런티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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