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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해보다 일찍 열대야가 시작됐다. 맞는 거 같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밤이 벌써 며칠째인지 가물거린다. 방 안에 친 모기장 안에 모로 누워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한다. 방바닥에 딱 붙은 베개를 통해 아랫집인지 옆집인지 에어컨 실외기가 울어댄다. “웅웅웅 윙윙윙” 꼭 회사 사무실의 창문을 통해 듣는 매미 소리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낮에는 매미 소리가, 밤에는 에어컨 실외기 소리가 윙윙윙 웅웅웅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다. 은근히 시끄러운데라는 생각을 하며 기억나지 않을 꿈속으로 까무룩해진다. 그래선지 점심을 가볍게 먹고 산책길에 나선 오후 매미들을 만났다. 엄밀히 말하면 어디론가 날아가버린 매미들의 껍질이다. 길어봐야 한 달 정도 세상에 나와 살려고 땅속에서 굼벵이로 수년간을 산다는 매미들. 맴맴 할 수 있는 잠시간의 자유를 만끽하며 세상을 살고 있을 그놈들의 허물이다. 경희궁 한쪽 은행나무 잎들에 그렇게 녀석들의 허물들만 모여 긴 여름을 지나고 있었다. 역대 가장 더웠다는 작년의 8월이 스멀스멀 기억 안으로 밀고 들어온다. 올해도 좀 덥겠지.

허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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