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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사망사건' 스리랑카인 무죄…죗값 치르게 할 방안은

입력 : 2017-07-18 19:08:48 수정 : 2017-07-18 22: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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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 끝나… 단죄 못하는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사건’ / 특수강도강간 혐의 스리랑카인 무죄 확정

19년 전 성폭행 사망사건을 저지른 일당을 뒤늦게 검거했지만 그들이 스리랑카 국적자인 데다 공소시효가 이미 끝나 처벌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법무부는 스리랑카 정부와의 형사사법공조를 통해 이들이 현지에서라도 ‘죗값’을 치르게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나섰다.

1998년 `대구 여대생 사망 사건` 범인으로 기소된 스리랑카인 K(51)씨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8일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기소된 스리랑카 국적자 K(51)씨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998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사건 범인으로 지목된 K씨는 무죄 확정판결에 따라 조만간 본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K씨는 1998년 10월17일 새벽 다른 스리랑카인 2명과 함께 대학교 1학년생 정모(당시 18세)양을 대구 달서구의 한 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사건 후 15년이 지난 2013년 재판에 넘겨졌다. 공범인 스리랑카인 2명은 각각 2001년과 2005년 본국으로 돌아가 검거를 면했다.

이 사건은 정양이 인근 도속도로에서 25t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교통사고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유족은 사고 현장에서 30쯤 떨어진 곳에서 정양 속옷이 발견된 점을 들어 성폭행을 주장했지만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로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


훗날 검찰의 재수사 결과 정양은 성폭행 도중 도망치다 방향감각을 잃고 도로로 진입해 참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유족은 수사 결과에 불복해 10년 넘게 청와대, 대검찰청 등에 ‘억울한 죽음의 원인을 밝혀 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냈다.

실제 정양 속옷에서 남성의 정액이 발견돼 교통사고 전 성폭행이 일어났을 개연성이 커졌다. 다만 그 정액이 누구의 것인지 확인할 길이 막막했다. 2011년 K씨가 성폭행 미수 등 혐의로 붙잡혀 유전자(DNA) 검사를 받으며 사건의 실마리가 풀렸다. 2010년 시행된 법률에 따라 성범죄자들은 수사기관이 강제로 DNA를 채취해 보관하고 있다.

2013년 6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정양 속옷에서 발견된 정액이 K씨 DNA와 일치한다”고 발표했고 대구지검은 이를 근거로 K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했다. K씨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DNA 감식결과를 핵심 증거로 삼아 같은 해 9월 그를 구속기소했다. 스리랑카로 돌아간 공범 2명은 기소중지 처분했다.

하지만 1·2심은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법무부는 K씨를 강제추방 형태로 본국으로 돌려보낸 뒤 사법공조 절차를 거쳐 K씨를 스리랑카 현지 법정에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스리랑카의 성폭행 공소시효는 20년으로 한국보다 길고 형량도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다만 스리랑카는 국제 형사사법공조 조약에 가입돼 있지 않아 법적으로는 물론 외교적으로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형사사법공조를 통해 스리랑카에서라도 반드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양의 아버지 정현조(69)씨는 “딸 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이 사건 공소시효는 없는 것”이라면서 “대한민국에 법이 살아 있다면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장혜진·김건호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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