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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양 65년-갈 길 먼 뿌리 찾기] 추방 위기의 입양인들…고국조차도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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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17 19:13:28 수정 : 2017-07-19 11: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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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로 입양된 2만명 시민권 없어 / 양부모가 신청 안 해 ‘무국적 신분’ / 불법체류자 전락… 다시 한국 쫓겨와 / 정부도 제대로 된 정착 지원 없어
60년 가까이 해외입양 보내기에 급급했던 정부는 2011년 시민권을 부여받지 못한 채 미국에서 추방된 모정보(43·미국명 팀)씨의 사례가 발견된 이후에도 뒷수습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국적상 한국인인 모씨를 위해 일부 공무원이 국내 복지체계를 동원해 지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30년 넘게 미국에서만 살아온 그로선 고국에서 낯선 외국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노숙 생활을 하며 정신병원과 구치소를 오갔던 모씨는 한국에서도 7년째 비슷한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타국행·고국행 모두 내 의지가 아니었다

17일 중앙입양원 등에 따르면 모씨는 3살이던 1977년 미국 위스콘신으로 입양됐다. 양부는 의사였고 양모는 레스토랑을 운영할 만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지만 양아들이 시민권을 취득하는 것에는 소홀했다.

정체성 혼란으로 몸부림치는 모씨에게 양부는 주의력결핍장애에 쓰이는 약물을 투입했다.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던 그는 12살 때 양부모가 기숙형 군사학교에 보낸 뒤 심한 정신질환을 앓았다. 지속적인 약물 투여에도 병세가 완화될 기미가 안 보이자 양부모는 모씨가 18세 되던 해 내쫓았다.

이후 모씨는 미국 내 복지시설과 정신병원을 오갔다. 코카인 등 약물 투입과 관련한 범죄기록이 누적된 그는 2011년 미국 시민권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모국으로 추방당했다. 양부모는 “더 이상 해줄 것이 없으니 미국으로 돌아올 필요가 없다”고 했다.

모씨는 서울 이태원에서 찜질방과 거리를 전전하다가 다른 해외입양인에게 발견됐다. 이후 모씨를 돕기 위해 국내 입양인단체가 팔을 걷어붙였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파악된 첫 추방 입양인 사례여서 주민등록 회복 등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과정이 까다로웠다. 2013년이 돼서야 모씨는 정부의 긴급복지 지원대상이 될 수 있었다.

이후 중앙입양원과 지자체 관계자들이 모씨의 국내 정착을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그의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모씨는 2014년 한 입양인 게스트하우스에서 또 다른 추방 입양인인 김상필(43·미국명 필립 클레이·지난 5월 사망)씨와 룸메이트 생활을 하게 됐다.

그러나 더 이상 수용할 만한 시설을 찾기 어려운 이들을 한 방에 붙여둔 것이 화근이었다. 입양과 파양, 추방 등으로 각종 피해의식과 사람에 대한 불신이 심해진 상황에서 정신질환까지 겹쳐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이었다. 김씨의 폭행으로 모씨는 두개골이 함몰돼 뇌수술까지 받게 됐다.

폭행의 공포로 게스트하우스를 떠난 모씨는 고시원 생활을 하다가 주변 사람들과 잦은 시비로 또다시 구치소를 오갔다.

중앙입양원 관계자가 그에게 정신과 상담 및 치료를 받도록 주선했지만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모씨가 제대로 된 상담을 받기는 힘들었다.

또다시 폭행에 연루된 모씨는 구치소에 수감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약물 치료를 꾸준히 받고 있어 안정된 상태이나 교도소에 수감되면 치료 지속을 장담할 수 없다. 그는 법정에서도 평생의 억울함을 토로하며 울부짖거나 ‘무조건 무죄’를 호소하곤 한다.
◆한·미 모두 외면한 입양인, 입법 촉구 나서

한국 해외입양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에서는 모씨와 비슷한 처지의 입양인이 수두룩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58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으로 입양된 아동은 11만1148명이다. 이 중 미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9만1719명으로, 나머지 1만9429명은 국적 불명과 불법체류자 상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대부분 미국 시민으로 알고 살아가다 성인이 되고 나서야 무국적 신분임을 인지한다. 미국은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2001년 2월27일 입양아동에게 자동으로 국적을 부여하는 아동시민권법(Child Citizenship Act)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법의 적용은 당시 18세 이하인 1983년 2월27일 이후 출생 입양인에 국한됐다. 그 이전에 출생해 법이 적용되지 않는 미국 내 무국적 입양인은 3만5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한국 출신일 가능성이 큰 셈이다.

결국 미국 내 입양인들이 주축이 돼 미 의회 등을 상대로 입양인시민권법(Adoptee Citizenship Act) 제정을 위한 입법 청원 등 로비 활동에 직접 나섰다. 이 법안은 지난 114대 미 의회에서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해 자동폐기됐고 이번 115대 미 의회에서 다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복지부도 지난해 11월 인구아동정책관을 통해 미국 국무부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도록 서한을 발송한 데 이어 미 의회 방문 설명(지난 3월), 아동특별보좌관 면담(지난 5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 관련법 정비가 추진되고 있으나 이민자에게 부정적인 트럼프 정권 동안에는 전망이 밝지 않다.

한국 출신의 입양인 메건 그린(33·여)씨는 “오바마 정부 때에는 대통령이 흑인이라는 것도 있었지만 편모 슬하에서 컸다는 점 때문에 특히 소수자들과 동질감이 컸다”며 “하지만 트럼프 정권 들어 모든 것이 너무도 반대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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