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을 박의규(55) 통장은 “방바닥과 가재도구 등을 씻어야 하는데 상수도 물이 나오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며 “주민 100여명은 어젯밤 마을회관과 대피시설에서 잠을 잤다”고 어려운 심정을 토로했다.
수해 복구 ‘구슬땀’ 육군 제32보병사단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에서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병천면은 지난 16일 250㎜가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하천 둑이 무너지고 도로가 끊기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천안=연합뉴스 |
청주시는 오전 7시10분부터 1시간 동안 91.8㎜의 물폭탄이 떨어졌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시민들에게 안전에 유의하라는 안내문자 메시지가 발송된 건 109.1㎜의 비가 내린 오전 8시 정각이다. 가장 물난리가 심했던 복대동·비하동 일대의 위험성을 알리는 안내문자는 이날 오전 내내 없었고, 재난방송 역시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나왔다. 청주시 직원들에겐 이날 오전 10시10분에야 동원령이 내려졌다.
16일 오전 시간당 9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며 한 때 범람 위기에 놓였던 충북 청주 무심천. 청주=하상윤 기자 |
기상청의 강수량 예측도 한참 빗나갔다. 기상청은 지난 16일 오전 충북 중북부 지역에 30∼80㎜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실제로는 이보다 무려 최고 10배 가까운 290.2㎜의 폭우가 내렸다. 청주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시간도 오전 7시10분이다. 시간당 최고 91.8㎜의 폭우가 퍼붓기 시작한 때에 맞춰 발령된 것인데, 신속한 예비 대처가 필요한 주민들에게는 하나마나한 ‘늑장 특보’였던 셈이다.
16일 오전 충북 청주에 시간당 9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날 오후 청주시 서원구 모충동 침수 피해 주민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청주=하상윤 기자 |
이번 비로 충북과 경북 등에서 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또 충청, 강원 등에서 이재민 517명(284가구)이 발생했다. 가옥 686채와 공장·상가 건물 16동, 농경지 4962㏊, 비닐하우스 77동 등이 침수피해를 입었다. 삼성·현대 등 5개 손해보험사는 지난 주말 집중호우로 이날까지 자동차 침수피해 건수가 총 1107건, 예상 피해금액은 124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청주시 호우 피해현장을 방문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수습상황을 점검하며 “청주와 진천, 괴산, 증평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등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은 응급대책과 재난구호 등 복구에 필요한 행정·재정·금융·의료상 특별지원을 받게 된다.
청주=김을지 기자, 이정우 기자 e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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