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특파원+] 한·미 '최저 임금 최대 인상' 동시 실험, 파장의 차이는

관련이슈 특파원+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7-17 15:52:41 수정 : 2017-07-17 15:52:3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한국과 미국이 ‘최저 임금의 최대 인상’ 실험에 동시에 돌입했다. 한·미 양국의 노동 생산성과 경제 환경은 다르지만 양국에서 최저 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 어떻게 나타날지 국제 경제계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최저 임금 인상을 통해 국제 경제계의 최대 이슈 중 하나인 소득 불균형 해소와 소득 주도 성장 모델의 정착 여부를 놓고, 상반된 분석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내년도 최저 임금을 올해 6470원보다 1060원(인상률 16.4%) 오른 시급 7530원으로 결정했다. 한국의 최저 임금이 1년 이내에 1000원 이상 오른 것은 1988년 최저 임금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노동계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2020년 시급 1만 원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미국의 연방정부가 정한 최저 임금은 현재 시간당 7.25달러(약 8180원)이다. 지난 2009년 이후 최저 임금이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를 10.10달러로 올리려는 ‘10.10 운동’을 전개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연방 정부 차원의 최저 임금 인상안이 어렵게됨에 따라 미국의 각 주와 주요 도시가 독자적으로 최저 임금 인상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가열되는 미국의 최저 임금 투쟁

미국은 연방제 국가이기 때문에 연방 정부가 정한 최저 임금과는 별개로 주 단위 또는 주요 시·도별로 지자체가 독자적인 최저 임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마켓 플레이스는 올해 6월 말 현재 연방 정부가 정한 시급 7.25 달러보다 많은 최저 임금제를 운영하는 주가 50개 중에서 29개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실시된 일부 주의 주민투표를 통해 애리조나, 콜로라도, 메인, 워싱턴주 등 4개 주가 최저 임금 인상안을 가결했다. 이처럼 주민 투표로 최저 임금을 올린 주가 10개 주이고, 나머지 19개와 워싱턴 DC는 별도 입법을 통해 연방정부 기준보다 높은 최저 임금제를 도입했다. 연방 정부 최저 임금을 그대로 적용하는 주는 19개 주이고, 조지아주와 와이오밍 등 2개 주는 최저 임금을 연방 정부보다 오히려 낮은 시간당 5.15달러로 책정했다.

한국의 노동계가 시급 1만 원을 목표로 삼고 있으나 미국 노동계에서는 시급 15달러 (약 1만 6920원)가 목표치이다. 

◆취약 계층 근로자의 생계보장

미국에서 최저 임금을 받고, 풀 타임 (full time)으로 일하면 주급이 세전 기준으로 290달러(약 32만 7497원), 연봉이 1만 5080 달러(약 1702만 9844원)가량이다. 미국에서 1인 가족 기준 연방 빈곤선은 연소득 1만 2060달러이고, 2인 가족 기준으로는 1만 6240달러이다. 이 때문에 최저 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대체로 빈곤층에 속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 2016년 기준으로 최저 임금을 받는 근로자 숫자는 약 215만 명 가량으로 추산됐다고 마켓 플레이스가 보도했다. 이는 팁을 받는 서비스업 종사자를 제외한 숫자이다.

미국 연방 정부 최저 임금 7.25 달러는 조지 W. 부시 정부 당시인 2009년 7월에 인상된 액수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8년 동안 연방 최저 임금을 10.10 달러 또는 12달러로 올리는 인상안을 추진했으나 미 의회에서 공화당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로써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과 함께 재임 중에 최저 임금을 올리지 못한 세 번째 대통령이 됐다.

◆최저 임금 인상 선두주자 시애틀 시의 실험

미국 워싱턴주의 시애틀 시는 미국에서 최저 임금을 최대로 올리고 있다. 시애틀 시는 보잉사, 마이크로소트프(MS)사, 아마존 등 굴지의 대기업이 있는 상대적으로 풍요한 도시이다. 시애틀은 2015년에 최저 임금을 9.47달러에서 11달러로 올렸고, 2016년 1월에 다시 13달러로 올렸다. 시애틀 시는 오는 2021년까지 꿈의 목표치인 시간당 15달러로 올리는 인상안을 이미 시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시애틀에 있는 대학인 워싱턴대(UW)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최저 임금이 인상된 2014∼2016년 사이에 시급 19달러 미만의 근로자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9%가 줄어들었고, 일자리 숫자도 7%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UC 버클리대는 시애틀의 최저 임금 인상 조치가 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나 일할 수 있는 시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UW와는 전혀 상반된 보고서를 발표했다. UC 버클리대는 시애틀 시가 지난 5월 실업률이 3.2%에 그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어 조사 기간 동안 전체적인 임금 상승이 이뤄져 저임금 일자리가 줄어든 것처럼 착시 현상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NYT)는 “최저 임금 인상이 노동 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미국 최저 임금 인상 추진 현황 (단위 달러, 시급 기준)

▲연방 정부 기준: 7.25

▲애리조나 △현재 10 △2018년 10.50 △2019년 11 △2020년 12

▲캘리포니아 △현재 10.50 △2018년 11 △2019년 12 △2020년 13 △2021년 14 △2015년 15

▲콜로라도 △현재 9.30 △2018년 10.20 △2019년 11.10 △2020년 12

▲워싱턴 DC △현재 12.50 △2018년 13.25 △2019년 14 △2020년 15

▲메인 △현재 9 △2018년 10 △2019년 11 △2020년 12

▲뉴욕 △현재 9.70 △2017년 말 10. 40 △2018년 말 11.10 △2019년 말 11.80 △2020년 말 12.50 △그 이후 연간 인플레이션 비율에 따라 15 달러가 될 때까지 인상

▲오리건 △현재 10.25 △2018년 10.75 △2019년 11.25 △2020년 12 △2021년 12.75 △2022년 13.50

▲워싱턴 △현재 11 △2018년 11.50 △2019년 12 △2020년 13.50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