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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컨설팅 결과 '쉬쉬'… 외교부, 폐쇄적 조직문화 민낯

입력 : 2017-07-14 06:00:00 수정 : 2017-07-14 01: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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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성폭력 예방 ‘무늬만 강화’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9월 주(駐)칠레 한국대사관 외교관의 현지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 이후 외교부에 재외공관의 성폭력 예방 교육시간 확대 등의 조치를 요구했으나 이번에 다시 주에티오피아 대사관 외교관의 성폭행 의혹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세계일보가 여가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외교관 복무기강 강화대책 마련을 위한 컨설팅 결과에 따르면 주칠레 외교관 성추행 사건 이후 여가부는 외교부에 △본부 및 재외공관의 폭력예방교육 실적 점검 △해외공관 파견 전 성범죄 교육 시간 확대 △재발방지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여가부의 폭력예방교육안내지침 표준안보다 강화된 지침을 수립해 여가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여가부가 성폭력 예방 교육 강화 등을 요구했으며 외교부가 이에 따라 폭력예방교육안내지침을 수립했다고 하나 다시 해외공관 외교관이 성폭행 혐의를 받는 사건이 벌어짐에 따라 외교부의 성(性)기강 확립 조치가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취임 1개월도 안 돼 발생한 이번 사건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강 장관은 이날 “신정부 출범을 계기로 외교부가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매우 심각한 재외공관의 복무 기강 문제가 발생하게 돼 정말 개탄스럽다”며 “특히 성비위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 그리고 관련 규정 법령에 따라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비위 무관용” 밝혔지만… 시험대 오른 강 외교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13일 조현동 기획조정실장(가운데) 등 외교부 당국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가공무원노조 외교부지부와의 노사협력위원회에서 성비위에 대한 무관용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부 복무기강 강화대책 비공개

성폭력 사건 재발 방지 약속에도 그동안 폐쇄주의로 일관해온 외교부가 성폭력에 대한 전반적인 의식 개선은 뒷전이고 오히려 인력 확충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지난해 칠레 사건을 계기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특단의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1년 가까이 흐른 현재까지 해당 TF가 만든 종합대책은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에 외교부가 내놓은 대책도 결국 TF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부 혁신TF를 중심으로 조직·인사의 강도 높은 혁신을 통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그동안 칠레 사건의 후속조치 진행상황을 묻는 국회 외교통일위 질의 등에서 외부 컨설팅을 받고, 내부적으로 많은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으며, 장관의 기강점검 지침을 재외공관에 보낸 일 정도를 밝혀왔다. 외교부는 세계일보가 지난 4월 제기한 ‘외교관 복무기강 대책 마련을 위한 외부 컨설팅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도 비공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에 해당하는 비공개 대상 정보로서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반면 여가부는 지난 5월 같은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공개 결정을 통지했다.

이는 외교부의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진임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비공개 여부를 따질 때에는 공익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외교부의 복무기강 대책 마련을 위한 외부 컨설팅 결과는 기밀로 여길 것이 아니라 공개해 여론의 검증을 받는 것이 더 바람직한 내용”이라며 “법이 정한 비공개 사유를 이중적으로 적용하거나 법의 취지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부처 특유의 성향에 따라 입맛에 맞게 결정내린 사례”라고 지적했다. 


◆“외교부, 젠더감수성 교육 강화해야”

특히 외교부가 조직 내의 뿌리 깊은 남성중심주의에 대한 의식 개선은 뒷전으로 한 채 인력 확충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성폭행 의혹을 조사 중인 외교부 당국자마저 전날(12일) 이번 사건에 대해 “인간 본성에 의한 것이라 감시하는 눈을 늘려야 한다”며 감사관 아래 감찰담당관을 신설하고 해당 인원을 순증시키는 방안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이 당국자는 ‘성폭력 문제가 아닌 모든 종류의 비위가 감시가 소홀할 때 벌어지는 측면이 있다는 이야기’라는 취지로 해명해 왔지만, 이 역시 사건에 대한 성인지 시각이 결여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성폭력상담소 노선이 활동가는 “열악한 재외공관에 인력이 부족한 사실은 국민도 많이 알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성폭력을 예방하려면 각 나라에 배치되는 외교관에 대한 제대로 된 성폭력 예방 교육과 젠더감수성 교육 등이 강화돼야 한다”며 “어떤 소양을 갖춘, 어떤 인력을 확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없는 (단순한) 인력 확충을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고 지적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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