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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방과후 수업 싫으면 전학 가라는 자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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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13 18:35:28 수정 : 2017-07-13 19: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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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소재 고교 참여 강제 / 인권조례 위반… 시정 요구도 묵살 / 교감 “학생들 입학할 때 이미 공지” / 시교육청 “계속 거부 땐 감사 요청”

세계일보 자료사진
서울의 한 자율형사립고등학교가 학생들에게 방과후학교 수업 참여를 사실상 강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측은 이를 시정하라는 교육당국에 ‘방과후학교에 참여하기 싫으면 학생이 다른 학교로 가면 될 것 아니냐’는 거친 반응을 보였다. 자사고들의 이같은 행태로 최근 자사고 폐지 여론에 불이 붙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의 A자사고는 매주 수요일을 제외한 월·화·목·금요일에 학생들이 방과후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했다. 서울 학생인권조례 제2장 3절 9조(정규교육과정 이외의 교육활동의 자유)는 방과후학교 강제를 금지하고 있다. 학교가 이 조례를 위반하면 관할기관인 교육청이 시정권고를 할 수 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율형사립고 학부모들의 자사고 폐지 반대 움직임을 비판하고 있다. 자료사진
시교육청 학생인권센터는 지난해 12월 A고 학생으로부터 ‘방과후학교 강제’를 제보 받은 뒤 학교 측에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A고는 시교육청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학생이 방과후에 어떻게 생활하는지 점검하고, 그에 맞춰 일정을 제시하는 게 학생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며 시정을 거부했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A고 측 답변서를 보면 이 학교에서 방과후학교에 불참하거나 부분불참하는 학생은 전교생 1000여명 중 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답변서에서는 “학생들은 자신의 실력과 필요에 의해 자율적으로 방과후학교를 신청할 수 있다”면서도 사실상 방과후학교를 강제한 셈이다.

이후 학교로 찾아간 윤명화 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은 “A고 교감이 ‘학생들이 입학할 때 (방과후학교에 대해) 공지를 했고, 받아들이기로 해서 입학했는데 동의하지 않는다면 굳이 우리 학교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지 않으냐’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윤 옹호관은 올해 초 시교육청 학교담당 장학사가 다시 A고를 찾았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A고 측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A고 교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어떻게 자사고가 그렇게 얘기하겠나”라며 “아이들을 학교나 학부모가 케어해줘야 하는데, (한 학생이 교육청에 제보한 건) 공부를 하기 싫은 마음에서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육청에 보고한 방과후학교 불참 학생 5명은 정기적으로 빠지는 학생이고, 지금도 학년당 30명씩은 빠진다”고 해명했다.

자율형사립고 학부모연합회 소속 학부모 2000여명이 지난달 26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자사고 폐지 반대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시교육청은 A고가 계속 시정요구를 거부하면 감사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옹호관은 “방과후학교 강제는 원래 감사 사안”이라며 “A고가 계속 권고사항 이행을 거부하면 관련 부서와 협의해 감사 요청까지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시교육청은 2014년 9월 관내 자사고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에서 전교생에 방과후학교를 강제한 2개교를 적발했다. 당시 시교육청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감사 결과를 자사고 운영성과 종합평가에 반영해 8개교를 재지정 취소 대상으로 통보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자사고를 가리켜 “방과후학교 강제 외에도 선행학습이나 야간자율학습 강제 등을 고집해온 탓에 애초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기관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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