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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남북경협사업 지속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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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11 23:17:32 수정 : 2017-07-11 23: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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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추진·확장 가능성 고려
다자 협력·공공참여 가능해야
나진항 개발 체계적인 접근을
새 정부가 들어서도 한반도의 긴장상태는 그대로 진행형이다. 주말마다 들려오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소식은 남북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우리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2016년 북한의 핵실험으로 촉발된 긴장은 남북경협의 마지막 보루였던 개성공단까지 폐쇄하도록 만들었다. 남북경협의 상징과 대화의 연결고리가 다 사라진 것이다. 정치, 경제, 통일, 외교, 교육 등 산재한 문제들이 새 정부 앞에 놓여있다. 이 중 가장 부담스럽고 풀기가 어려운 숙제가 통일정책일 것이다.

강력한 대북제재 환경 속에서 전향적인 통일정책을 수립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현재 긴장관계를 완화시켜 나가면서 중장기적으로 통일을 논의하는, 서로 눈높이를 맞춰가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정책 추진이 가능한 부분은 남북경협사업일 것이다. 새 정부의 남북경협사업은 기존에 추진된 것과 달리 몇 가지 원칙을 가지고 출발할 필요가 있다.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물류연구본부장
우선 현재 여건을 고려하여 지속가능한 소규모 사업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강력한 대북제재가 완화된다고 할지라도 언제 환경이 급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는 건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둘째, 사업의 지속성과 안전성 제고를 위한 다자간 협력이 가능한 사업이 되어야 한다. 남북과 중국 혹은 러시아가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이라야 한다. 셋째, 북한의 관점에서 볼 때 필요성이 우선적으로 인정되는 사업일 필요가 있다. 북한이 흥미를 갖지 않는 사업이라면 시작 자체가 어려울 것이다. 넷째, 확장성이 있는 사업이어야 한다. 일회성 단일 사업으로 끝나서는 안 되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협력의 확장이 가능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는 수익성이 있어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이어야 한다. 경협은 궁극적으로 남북 민간기업 간의 협력을 기반으로 해야 하지만 리스크 경감과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 공공의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칙 하에서 새로운 경협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과연 어떤 남북경협 사업이 앞서 제시한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답은 항상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다. 기존에 추진되었던 나진항 협력사업이 위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하겠다. 나진항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가진 항만이다. 일본이 만주국을 세우고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출할 때 물류거점으로 삼았던 요충지로 대형 항만 접안이 가능한 가성비가 좋은 항만이다. 특히 나진항의 진면목은 자연조건보다 지경학적 입지에 있다. 나진항은 북·중·러 국경에 인접해 있고 중국과 약 52㎞, 러시아와 60㎞ 이내에서 철도와 도로 접근이 가능한 곳이다. 아시아 철도 연결의 걸림돌인 궤간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국제복합물류거점이기도 하다. 중국과 표준궤, 러시아와는 광궤의 철로가 복합형태로 항만과 연결되어 있다. 이 같은 입지는 중국 동북 3성 중에서 대양으로 진출할 항만시설이 전혀 없는 헤이룽장성과 지린성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나진항 개발사업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나진항 3부두 한·러 공동운영 사업은 투자비가 그렇게 크게 들지 않은 소규모 사업이다. 그리고 한·러 공동으로 추진되는 다자간 사업으로 정치적 리스크 축소가 가능하다. 나진항은 북한이 추진하는 나진·선봉경제특구의 핵심 물류인프라이다. 다시 말해 나진항 운영사업 참여는 나진·선봉경제특구의 활성화와 연계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북한의 관심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사업은 항만운영에서 시작해서 주변 항만의 확장, 항만배후단지인 나진·선봉경제특구 개발사업 나아가서는 북·중, 북·러 간 내륙물류거점 확보, 철도연결 사업 등 지속적인 확장이 가능한 사업이다. 또한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해 이 지역 물류사업은 수익성 제고가 충분하다고 하겠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새 정부의 통일정책에서 남북경협사업은 작지만 우리 민족의 통일을 앞당기는 운명의 길이다. 주변의 어려운 환경에도 정책입안자들의 현명한 판단 아래 미래를 향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어야 할 것이다.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물류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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