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도 한국의 청탁금지법과 비슷한 법이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법이 러시아에 도입된 지 6년이나 지났는데도 러시아의 부패 수준은 바뀐 게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러시아판 청탁금지법은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등이 3000루블(약 5만2000원) 이상 선물이나 접대를 받을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선물의 가치가 이 금액을 초과하면 바로 신고해야 하고 그 선물은 국가 소유가 된다.
일리야 벨랴코프 방송인 |
이 법을 통과시킨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이 이 법의 첫 위반자라는 농담도 많았다. 이 법이 시행된 시점에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이 미국 실리콘 밸리를 방문해서 그 당시 최신 스마트폰을 선물로 받았다. 러시아 네티즌들은 누가 봐도 가격이 3000루블 넘는 스마트폰을 그가 왜 거절하지 않았는지, 해당 기관에 신고했는지를 궁금해하는 댓글을 쏟아냈다.
한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작년 9월 28일부터 청탁금지법이 시행됐다. 부정부패, 부정청탁을 막겠다는 취지의 법으로 한국 사회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시행 초기 일부에서 제기된 이 법이 한국 문화를 무너뜨리거나 경제를 위축시킬 거라는 우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뇌물이나 비리, 부정부패는 꼭 막아야 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이 법은 필요하다. 다만 공직자들이 지나치게 몸조심을 하는 바람에 할 수 있는 것도 안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단언하긴 이르지만 한국에서도 러시아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러시아보다 일상부패가 훨씬 덜한 한국에서 과연 청탁금지법이 그렇게 큰 변화를 줄 수 있을지도 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일반 시민들은 자기 행동을 좀 더 조심하겠지만 기업 내 여러 가지 거래 등을 청탁금지법이 거의 건드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규모 부정청탁을 막는 법이 시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소위 ‘일상비리’를 통제하는 법을 모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가 갖고 있는 만큼 청탁금지법으로 한국의 법률 시스템도 분명히 한 단계 더 나아질 거라는 점이다.
일리야 벨랴코프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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