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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한국형발사체에 담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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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09 21:45:00 수정 : 2017-07-09 21: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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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남 고흥 나로기지에선 한국형발사체(로켓) 엔진 연소시험이 한창이다. 내년 10월 우주로 쏘아 올려질 75t급 엔진 1기로 구성된 발사체 준비를 위해서다. 연소시험은 200회 정도 진행된다. 그런 만큼 연구원들의 관심은 온통 발사체 시험에 쏠려 있다. 오죽하면 회식 때 건배사도 ‘발사’다. 제의자가 “3초, 2초, 1초” 하면 다같이 “발사!”라고 외친다. “해외로 나가는 출발점은 인천공항이지만 우주를 향한 출발지는 나로우주센터”라고도 말한다. 우주를 향한 꿈을 개척하는 연구원들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연구원들은 지난해까지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애초 우주 발사체 일정은 내년 12월 발사체 시험발사, 2020년과 2021년 본 발사, 2025년 달 착륙 일정이었다. 그런데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선 후보가 “2020년 달에 태극기를 휘날리겠다”고 공약하면서 시험발사는 2017년 12월로, 본 발사는 2019년과 2020년으로 앞당겨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배제된 채 박 대통령 퇴임 전 시험발사를 위해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항우연이 지난해 10월 “대통령 임기 내 시험발사는 불가능하다”고 직언해 일정이 늦춰졌다고 한다.

나로호 발사는 2013년 1월 세 차례 도전 끝에 성공했다. 하지만 앞서 2009년, 2010년 잇단 발사 실패와 10차례 발사 연기로 연구원들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이었던 조광래 원장은 스트레스로 공황장애까지 앓았다. 우주 발사체는 10만개가 넘는 부품 중 하나라도 고장 나면 실패할 수 있다. 발사체 개발 선진국인 러시아와 미국도 실패가 다반사다. 그런 만큼 향후 시험발사에서도 일정을 재촉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미국 애플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기업이 됐다. 그런 성취가 가능했던 것은 반도체 사업 초기에 공무원들이 반도체를 몰랐기 때문이라는 웃지 못할 얘기가 있다. 우주 발사체 사업이야말로 정권의 임기 5년을 넘는 장기 프로젝트다. 문외한인 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 식으로 간섭하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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