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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의 한국은 지금] 키 165cm에 45kg이 여성표준이라고요?

입력 : 2017-07-08 14:01:38 수정 : 2017-07-08 1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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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남성들에게는 무관심과 몰이해에서 시작된 여성의 이미지가 몇몇 있다.
그중 하나가 여성들이 매우 민감해하는 신체 사이즈인데, 결혼한 유부남 중에서도 아내의 사이즈를 모르는 사람이 허다하다.

여성의 사이즈를 모른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지만, 몰이해에서 비롯된 말이 자칫 여성에게 가슴 아픈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사진= 인터넷 블로그 캡처
■ 오해의 시작…들쑥날쑥 옷 사이즈
남성 옷은 규격화되고 직관적이어서 대 100, 중 95, 소 90으로 나뉘는 게 일반적이다. 더 있다면 특대 105~110 정도가 있을 뿐이다.

반면 여성은 공식적 표준인 55사이즈 외에도 비공식적인 ‘마른55’와 ‘통통55’로 나뉘기도 한다.

이러한 복잡한 구조를 모르는 남성들은 여성이 표준인 55사이즈라도 얼굴이나 특정 부분이 ‘통통’해 보이면 ‘뚱뚱’으로 생각하고, 마른 몸인 44사이즈를 입는 여성을 ‘평범’으로 여긴다.

설 자리가 줄어든 66은 자연스레 ‘아줌마 사이즈’가 되는데, 우연히 아내의 치수를 알게 된 유부남이 총각들을 모아 놓고 술자리 안주로 삼는 것도 66이 아줌마 사이즈가 되는 이유 중 하나다. 
또 남성 100에 해당하는 66사이즈는 젊은 여성들에게 금기처럼 여겨지고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라 남성들 생각의 근거가 된다.

여성들에게는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남성이라는 이유로 100 또는 그 이상을 입으면 되레 체격 좋다는 칭찬을 듣고, 사이즈에 대한 부담은 나이를 먹으며 생기는 뱃살 정도뿐이니 말이다.

■ 오해의 가중…인식과 마케팅
여성들의 옷 사이즈도 남성과 같이 ‘KS의류치수규격’으로 정해져 ‘S-M-L-XL’으로 나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관행적으로 44-55-66과 일부에서는 통통 등의 수식어를 붙여 사용하는데, 의류업계 관계자는 여성들을 의식한 마케팅과 업계 편의가 더해진 결과라고 설명한다.

66은 앞서 남성들 착각과 더불어 여성들에게도 ‘Large(크다)’라는 단어적 의미가 더해지면서 ‘뚱뚱’으로 인식돼 구매 자체를 꺼리고, 마치 경쟁이나 하듯 숫자가 작은 사이즈 옷을 선호하고 선택한다.

그 결과로 태어난 게 여성들의 거부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마른 통통 등의 55이며, 업계에서는 옷이 작다는 민원으로 사이즈를 실제보다 조금 늘려 제작하기도 하지만 공식적인 표기는 55로 고정하게 된다. 여기에는 오랜 기간 사용해서 편하다는 이유도 있었다. 
여성 옷 사이즈 설명. 0.5단위로 세분화하고 있다. (사진= 여성복 쇼핑몰 캡처)
■ 오해의 가중…날씬함만 칭찬하는 미디어
신문이나 방송에서 비만 여성을 향해 예쁘다 멋지다 등 칭찬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TV를 틀면 날씬한 여성들이 등장하고 신문을 봐도 크게 차이는 없다. 심지어 걸그룹 중에는 유아복을 입은 그룹도 있어서 미디어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마치 대단한 것처럼 칭찬하기 바쁘다.

비만 여성이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고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멋진 삶을 산다는 주제로 작성된 기사는 국제면 담당 기자들이 작성한 외신기사뿐이다. 이는 대중적인 의식을 반영한다는 미디어의 이론적인 생각이 포함된 결과다.

남성들은 잘 모르는 상태에서 44 또는 그보다 날씬한 모습의 연예인 데이터를 일상에서 접하고, 남성들 기준을 통과한 일부 여성들의 당당한 공언을 바탕으로 ‘연예인보다는 조금 더 나갈 것‘이라는 추측을 더해 키 165cm에 45kg는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44의 마른 몸을 여성표준으로 인식한다.

일본 츠쿠바대 사회정신과 교수이자 미디어 평론가 사이토 다마키는 이러한 인식을 두고 사회와 미디어가 만든 '환상'이라며, 세계적으로 봐도 큰 차이는 없다고 지적했다.
아동복을 입었다는 걸그룹. (사진= KBS방송화면 캡처)
■ 오해의 심화…‘미용 체중(신데렐라 체중)’
마름을 칭찬하고 권하는 사회에서 우려스러운 저체중이 새로운 기준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한국에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일부 여고생과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일명 ‘신데렐라 체중’이 기준처럼 통하고 있다. 

신데렐라 체중은 날씬한 몸무게를 뜻하는 신조어로 신장(m)*신장(m)*20*?×0.9로 산출된 몸무게를 뜻한다.

신데렐라 체중으로 불리기 위해 키 160cm인 여성은 몸무게 47kg 이하가 되어야 한다. 이는 일본 의사회가 발표한 적정체중보다 무려 10kg이나 낮은 수치이며 후생노동성이 정한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보면 신데렐라 체중은 모두 저체중에 속한다.

키 165cm에 45kg이 여성표준이라는 말은 신데렐라 체중보다 더 가혹한 것으로, 이 말이 잘못됐다는 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신데렐라 체중(표) 순서대로 신장, 평균 체중, 미용 체중 순.
아름다운 외모는 시대와 장소, 성별을 뛰어넘어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무리함을 요구하고 받아들이는 일부의 잘못된 인식은 지양해야 할 부분이다.

한편 국가기술표준원 ‘사이즈코리아’가 16세에서 69세 여성 3223을 대상으로 조사한 '신체 사이즈 및 해당 인구'에 따르면 M이 43.9%(1416명)로 가장 많고, 이어 L 29.6%(955명), S 21.2%(683명), XL 4.7%(151명), XXL 0.4%(12명), XS 0.2%(6명) 순으로 나타났다.

M이하가 전체 65.1%를 차지하는 한국 여성들은 지금도 충분히 날씬하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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