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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개혁을 위한 ‘자유주의 모스크’ 개설 운동 확산

입력 : 2017-07-08 03:00:00 수정 : 2017-07-07 13: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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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 8년만에 개신교회 공간 일부 임대해 개설

남녀가 함께 나란히 앉아 기도를 올릴 수 있는 이슬람 사원이 독일 최초로 개설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터키 출신 독일인 여성 운동가인 세이란 에이츠 변호사를 비롯한 7명의 공동 설립자는 지난 16일 금요일 베를린에서 가장 많은 이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모아빗 지구에 위치한 성 요하니스 루터교회 3층 방 한 칸을 임대해 종파와 성별을 초월해 모든 사람이 나란히 함께 앉아 기도를 올릴 수 있는 ‘자유주의 모스크’를 독일 최초로 개설했다.

남녀가 함께 나란히 앉아 기도를 올릴 수 있는 이슬람 사원이 독일 여성운동가 세이란 에이츠 변호사(가운데 흰색 옷) 등 7명의 공동설립자에 의해 독일 최초로 개설됐다. (사진=독일 국영방송 ‘도이체 벨레’ 영상 캡처)

언론들의 높은 관심을 받는 가운데 열린 이날 개회식에서 에이츠 변호사(54)는 ‘꿈이 실현됐다’고 감격해 하며, 앞으로 ‘자유주의 모스크’에 수니파와 시아파, 알라위파, 수피파 등 소속 종파에 관계 없이 모든 남녀 무슬림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에이츠 변호사는 ‘자유주의 모스크’의 명칭은 12세기 이슬람 학자 이븐 루시드와 독일의 위대한 작가 괴테의 이름을 각각 따서 ‘이븐 루시드-괴테 모스크’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임시로 교회 건물 한 켠을 1년 임대해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많은 기도실을 갖추고 자유주의적 남녀 이맘들을 길러내는 신학교가 있는 실제 모스크를 짓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에이츠 변호사는 ‘자유주의 모스크’ 개설에 동참해준 용기 있는 무슬림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는데 처음 ‘자유주의 모스크’ 개설을 구상한 뒤로 동참할 사람들을 설득하는 작업부터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부분 설립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떠나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에이츠 변호사는 마땅한 장소를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며 이런저런 이유들로 현실화하기까지 8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이번에 장소를 임대해준 독일 루터교단 측도 많은 고민과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츠 변호사는 초청에 응해준 기독교인과 유대교인 내빈들에게도 감사드린다면서, 이슬람 종교의 오용과 테러에 반대되는 ‘신호’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에이츠 변호사는 여성 참석자들의 경우에는 얼굴과 전신을 가리는 니캅이나 부르카 착용을 금한다면서, 안전상의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성들이 얼굴을 가려야 한다는 것은 종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오히려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참석한 여성들은 일부만이 얼굴이나 머리를 가렸다.

이날 기도 의식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여성 이맘이자 공동 설립자 중 하나인 아니 조네벨트가 이끌었는데 참석자들은 조네벨트 이맘 뒤에서 메카를 향해 기도를 올렸다.

또 다른 공동 설립자 중 하나인 독일 이슬람 학자인 압델 하킴 우르기는 ‘자유주의 모스크’를 통해 무슬림들이 스스로를 새로운 방식으로 규정하도록 함으로써 이슬람교의 비정치화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자유주의 모스크’가 들어선 교회 건물 입구에서는 독일 경찰들이 경계를 서는 등 혹시 모를 만일의 사태를 경계하는 긴장감이 감지됐다. 설립자들은 아직까지는 어떤 협박이나 모욕을 받지는 않았지만 모든 이들이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었다.

에이츠 변호사는 예배 후에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수주의 무슬림들은 전체 무슬림의 15%에 불과할 뿐이라면서, 나머지 85%의 다수 무슬림을 대변하고 보수주의 가치에 대항하기 위한 운동의 일환으로 이번 일을 도모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녀는 자신들은 새로운 종단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에 또 다른 목소리를, 사려 깊은 상식의 목소리를 주입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녀는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유학 온 수많은 청년 무슬림들이 보수주의 무슬림들의 괴롭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아예 이슬람 신앙을 등지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덧붙여 에이츠 변호사는 침묵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면서 무슬림들이 맹목적인 헌신 대신에 상식과 이성으로 자신의 종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접근할 수 있는 실제 사례를 마련해야만 변화를 성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의 이름으로 너무나도 많은 테러와 죄악이 저질러지고 있다면서 현 시대의 진보적 무슬림들도 자신들의 얼굴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독일 최초의 ‘자유주의 모스크’ 개설 소식을 전해 들은 이슬람권에서는 이슬람에서 금지된 남녀가 함께 기도하는 것은 전통적 이슬람 가르침에 반하는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명백한 이슬람 율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터키 정부는 20일 성명을 내고 해당 모스크가 선지자 모하메드가 수립한 믿음과 이슬람 교리의 기본을 무시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자유주의 모스크’는 현재 미국과 영국, 스위스 등지에 개설돼 있으며 노르웨이도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자유주의 모스크’ 설립이 보수적인 이슬람권 개혁의 불씨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손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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