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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에 희망을!] 취준생 두 번 울리는 취업사기… “일자리 구하기도 겁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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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05 19:11:16 수정 : 2017-07-05 21: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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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두 번 울리는 취업사기 / 출입증 이유로 통장·체크카드 요구 / 은행 등에 물어보니 대포통장 사기 / 보이스피싱 악용 땐 처벌 받을 수도 / 지난 2∼5월 집중단속서 210건 적발 / 애타는 부모 노린 뒷돈 요구 사례도 / “절박한 심정 이용… 피해 사례 알려야”
“일자리를 찾는 나 같은 청년들의 눈물을 쏟게 하는 사기꾼들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집니다.”

전북 전주에 사는 A(22·여)씨는 지난해 취업 사기꾼들을 만난 기억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한 해에 두 번이나 그런 일을 당하니 구직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겁이 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A씨는 “믿을 만한 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곳에 연락해 입사 절차란 걸 진행했다. 이젠 또 피해를 볼까봐 해당 사이트를 이용하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최악의 청년실업률 속에 직장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이 사기 피해를 당하는 사례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들의 간절한 마음을 악용하는 것이다. 애타는 심정으로 자녀들의 구직 활동을 지켜보는 부모들까지 범행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청년들의 개인정보를 요구해 만든 통장과 체크카드를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하고 부모들에게는 노골적으로 돈을 뜯어내기도 한다. 


◆1년에 두 번 취업사기… “구직활동 하기가 겁난다”

고교를 졸업하고 취업 전선에 나선 A씨가 사기를 당한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전주의 한 대형마트에서 사무직을 모집한다는 공지를 구직 사이트에서 본 게 시작이었다. 월급여 180만원, 웬만한 아르바이트보다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력서를 써서 전자우편으로 보냈고 며칠 뒤 기다리던 합격 소식을 들었다.

전화를 한 ‘회사 관계자’는 “출입증을 만들어야 하니 통장과 체크카드, 이력서, 주민등록등본 등을 첨부해 보내 달라”고 했다.

A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나 이내 통장과 체크카드까지 요구하는 것이 미심쩍어 은행 등에 조언을 구한 결과 대포통장 사기라는 걸 알게 됐고 계좌는 해지했다. A씨가 범행을 알아챈 걸 모른 사기꾼 일당 중의 한 명이 나중에 전화를 걸어와 “통장과 카드가 왜 사용 불가라고 뜨느냐”, “왜 계좌를 해지했느냐”고 물었을 때는 두려운 마음만 들었다. 4개월 후 A씨는 영화배급사에 지원을 했는데 “합격했으니 통장과 신분증 사본, 통장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는 말에 금방 사기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이전의 쓰라린 경험이 약이 돼 실제 피해를 보지는 않았으나 A씨는 “이러니 젊은 사람들이 ‘헬조선’이라는 말을 하는 게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취업을 미끼로 개인정보를 빼내 대포통장을 만들고, 그것을 보이스피싱 등에 활용하는 이 같은 범죄는 취업준비생들을 좌절시킬 뿐 아니라 범죄자로 몰아간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다. 취업 사기꾼에게 속아 건넨 통장이 보이스피싱에 악용될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단계 사기에서도 취준생들은 종종 표적이 된다.

지난 5월 경찰에 붙잡힌 정모(30)씨 일당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불법 다단계 업체를 차리고 209명으로부터 14억원을 뜯어낸 혐의로 구속됐다. 상당수 피해자는 20대 초반의 대학생이거나 취준생들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일자리를 소개해줄 테니 일단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라”는 식으로 꼬드겼다. 면접을 보러 오면 “일자리가 지금 당장 없는데 네트워크 마케팅을 함께하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했다.

취업사기의 전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파악되지는 않고 있으나 경찰청은 지난 2∼5월 취업사기 집중단속을 벌여 210건, 334명을 적발해 이 중 45명을 구속했다.

중앙대 이병훈 교수(사회학)는 “청년들은 취업난 속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지내다보니 사기범들이 범행 대상으로 삼기에 알맞은 상황”이라며 “청년들에게 취업 사기 피해 사례를 주지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직 사이트가 사기 수단으로 활용

취업사기꾼은 어엿한 회사 혹은 고수익 보장 등으로 포장해 접근하기 때문에 취업이 절실한 청년들이 쉽게 속아 넘어간다. 특히 A씨의 사례에서 보듯 취업 활동의 주요 통로인 구직 사이트가 범죄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5일 금융감독원이 대포통장 신고내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구직 사이트를 통해 대포통장을 구하는 사기 신고 건수는 2015년 65건에서 지난해 143건으로 1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입사 절차라며 통장·체크카드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드러내놓고 통장 대여를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구인 광고를 보고 연락한 이들에게 “계좌 정보를 회사에 등록만 하면 일당 7만원씩 2개월간 주겠다”는 식으로 유혹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구직 사이트 운영 업체도 고민이 많다. 업체 관계자는 “구직자들의 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게시물을 올린 이용자를 블랙리스트에 등록하고 이용을 못하게 막는다”면서도 “사기범들이 사업자 번호까지 도용해 다른 기업명으로 구인 광고를 내기도 해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취준생 부모까지… 취업 관련 범죄 형태·대상 다양

취업을 미끼로 한 범죄는 취준생 본인은 물론 애타는 심정인 부모들을 대상으로 벌어지기도 한다. 사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다. 취준생 부모들은 취업 사기에서 손쉬운 ‘먹잇감’이 되곤 한다.

60대 중반의 B씨는 지난해 11월 김모(57)씨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내가 구청 공무원인데 1500만원을 주면 9급 공무원 자리를 아들에게 마련해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같은 병실에서 입원 생활을 하며 알게 돼 친분을 쌓아온 터라 B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그 말을 믿고 돈까지 건넸다. 그러나 김씨는 구청에서 외주를 준 용역업체에서 환경미화원 총무로 일한 경험이 전부였다. 어떻게든 아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어하는 아버지의 소망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아나운서 지망생 C(25·여)씨는 성범죄 피해자가 될 뻔했다. 그는 지난 5월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유명 연예인과 함께 무대에 설 배우를 뽑는다는 전화를 받았다. 취업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 아래 두말없이 면접을 보러갔는데 자신을 지상파 방송사 PD라고 소개한 남성은 “성접대를 해서라도 이 일을 하려는 이들이 많다. 너는 그럴 정도의 열정이 있느냐. 내가 같이 자자고 하면 그럴 수 있냐”고 말했다. 김씨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두려움을 떨쳐내기 힘들었고 겨우 용기를 내 인근 경찰서를 찾아가 피해 사실을 알렸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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