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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성 스님 “佛法을 전하는 것보다 ‘귀 기울이는’게 먼저지요”

입력 : 2017-07-04 21:13:44 수정 : 2017-07-04 23: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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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방송 진행 운성 스님
사진=남정탁 기자
“불법을 전하는 것보다는 지금 내 앞에 계신 이분이 어떤 고민으로 와 있는지 ‘귀 기울이는’ 게 먼저지요. 전법은 ‘공감과 감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니까요. 불교는 고통의 맨얼굴을 허용하고(고), 고통의 근본 원인을 바로 보아(집), 고통을 소멸하며(멸), 고통도 즐거움도 다 품어 안는 진정한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도·팔정도)’을 제시합니다.”

불교의 의미를 알기 쉽게 전하려는 운성(運性·사진) 스님의 말은 차분하면서도 또렷했다. 현재 BTN라디오 울림 ‘그대에게 이르는 길 운성입니다(그대길)’를 진행하고 있는 터라 음성도 낭랑했다. “(서두에서 말한) 이것 역시 용어의 차이일 뿐, 불교를 넘어 모든 종교가 우리 곁에 존재해 온 이유 아니겠습니까?”

실제 그렇다. 모든 종교의 길은 삶의 진리라는 하나의 길로 모아진다. 스님과의 인터뷰는 4일 서울 방배동 BTN불교TV 사옥 8층의 접견실에서 이뤄졌다.

스님은 “어릴 적부터 해인사에서 큰스님들 무릎에서 뛰놀며 꼬마동자로 자랐고, 공기처럼 불교를 만났다”면서 “노스님(법모스님)과 은사스님(진주 용화사 성주스님) 배려로,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다 세상 이치에 눈을 떴다”고 했다.

“노스님의 도량석 염불 소리에 잠을 깨곤 했던 새벽 산사, 어른 스님들 나누시는 법담 곁에 그분들 무릎 베고 누운 동자의 귀에 들려온 ‘무상’ ‘무아’ ‘본래불’ 같은 단어들이 나의 세포 어딘가 담겨있겠지.”

스님은 진리를 찾기 위해 전국을 헤매다 결국 불가에 귀의했다고 전했다. “책이나 세속적인 성공은 제 가슴 깊은 물음표들에 참다운 해답을 보여주지 않았다. 교회도 성당도 사이비종교들까지 기웃거려 보고, 배낭 하나에 실존을 기대어 전국을 헤맸지만서도….”

헤맸던 그 길 끝에서 뜻밖에 심리학에 심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스님은 ‘남을 치료해주려면 먼저 나부터 바로 서야 하는 것’이란 수행의 가치를 깨닫게 되었고, 유학을 준비하던 어느 스물 초반의 겨울 무렵, 모든 것을 멈추고 해인사 고운암으로 돌아갔다.

스님은 일주일간 매일 3000배를 했다. 시공간이 끊어지고 살아온 삶과 살아갈 삶이 영화필름처럼 펼쳐지다 다시 한 점으로 돌아가는 경험을 했다. “아! 이번 생에 태어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알겠다. 내가 진정 가고픈 길은 출가 수행자의 길이로구나! 하고 단박에 결정할 수 있었다.”

스님은 “가끔 출가를 후회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지금껏 해온 수많은 선택 가운데 가장 잘했다 싶은 게 출가였다”면서 “굳이 몸출가 아닌 마음출가만 잘해도 가능한 일이긴 하나, 출가수행자의 길은 마음공부 하는 데 최고의 환경임엔 틀림이 없다”고 했다.

스님은 청년들의 실상을 짚어내면서 “저 역시 이른바 X세대인데, 어느 시대나 시대의 새벽을 열어내야 하는 청년들의 하루는 고단할 것”이라면서 경험담을 전했다. “아주 가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는 수행담 제목이 ‘붓다꽃씨 편지’인데, 붓다꽃씨라는 말을 실제 청년들이 참 좋아한다. ‘내 자신이 이토록 존귀한 존재인 줄 새삼 깨달았다 스님! 감사합니다’ 하면서 눈물을 쏟았다’고 글을 전해왔다.”

스님은 “청년들이 이미 갖추고 있는 것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는 데에 불교가 마중물을 부어 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인터뷰 중에 스님은 조계종의 ‘사회적 불성’ 회복운동을 전했다. “개인 위주의 기복신앙 형태를 극복하고 ‘사회적 불성’을 회복하는 ‘지금 여기-붓다로 살자’는 신행 혁신 운동을 펴고 있다.” 현재 스님은 대학원에서 자아초월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수행과 심리학의 접점을 연구하고 있다.

스님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에 있는 마음치유학교(고담선원)를 소개했다. “사별의 슬픔을 위한 애도치유, 이혼 위기 부부 상담, 고부 간의 갈등, 자기 돌봄, 학교 밖 청소년 등 다양한 상황에 맞는 개인 혹은 집단 상담 치유와 영성수행이 어우러진 프로그램들이다.”

방송 앵커인 스님은 “월~금 매일 아침저녁 7시마다 BTN라디오 ‘그대길’을 통해 그날그날 거울처럼 비추어보고 일상수행을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끌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덕분에 별칭도 얻었다. ‘언니야 누나야 스님!’이다. “얄미운 직장상사 같이 욕해주기, 여행 나서는 아침의 설렘 부러워하기, 유학생의 서럽고 외로운 타지생활 토닥여주기 등 삶의 희로애락 우비고뇌(憂悲苦惱)가 애청자 댓글과 편지들 속에 들어있으니까요.”

스님은 치유 프로그램 진행, 달라이라마방한추진회(www.dalailama.or.kr) 등 너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저 역시 선원에 박혀 좌복 위에 앉아 오직 참선만 할 때는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수행자답지 못한 것 같아 가능한 한 피하며 살았고, 활동하는 스님들은 마치 수행자가 아닌 양 치부했었다. 그래서 요즘 참회를 한다. 내 잣대로 분별하여 남을 아프게 한 죄!”

스님은 새 대통령에 대해 “보살형 리더십을 제안한다”면서 “끊임없이 겸손히 배우고 깊이 사유하며 실천하여 온 몸으로 보여주는 리더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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