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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없는 스토리·춤·음악… 아쉬움 남은 3세대 무용극

입력 : 2017-07-02 20:42:13 수정 : 2017-07-02 20: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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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무용극 ‘리진’
지난주 공개된 국립무용단 무용극 ‘리진’(사진)은 무용도 극도 놓친 무대였다. ‘리진’은 3세대 무용극을 표방했다. 쉽지 않은 지향점이었다. 동시대에 소구할 전통 무용극을 찾기란 미지의 땅에 길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 일이었다. 시도는 좋았으나 결과는 아쉬웠다. 무용과 극이 부재한 자리에는 무용단원들의 뛰어난 기량과 요란하지 않은 무대·의상만이 빛났다.

가장 아쉬운 점은 길 잃은 이야기와 실종된 주제의식이었다. ‘리진’으로 무엇을 전달하려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사랑 이야기로 느끼기에도, 시기·질투에 스러진 개화기 여성 무희의 비극으로 보기에도 설득력이 약했다. 사랑도 무용을 향한 예술혼도, 혼란한 시대 속 개인도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

애초에 주제를 부각시키기에는 연출력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서사 구조와 이야기 연결부터가 부자연스러웠다. 전개가 느닷없이 튀거나 불필요하게 긴 경우가 눈에 띄었다. 악역인 원우와 도화의 행동은 개연성이 부족했다. 그 결과 ‘무용극’이라면 갖춰야 할 기승전결의 극적 재미는 찾기 힘들었다.

춤사위 자체가 서사와 감정을 실어나르는 데 실패한 것도 혼란의 한 이유다. 뛰어난 드라마 발레는 몇몇 동작만으로 감정 부침과 사건 변화를 전한다. 그러나 ‘리진’의 춤은 이를 전달할 만큼 섬세하게 안무되지 못했다. 대부분 암전으로 이뤄진 단순한 무대 전환도 아쉬웠다.

이야기는 차치하고, 춤 자체의 맛과 멋도 물음표가 남았다. 무대가 막을 내린 뒤에도 다시 보고 싶은 장면, 지극히 아름답거나 감탄스러운 순간이 떠오르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리진과 플랑시의 행복한 순간을 표현한 대목에서는 질펀한 춤동작과 전자음악(EDM)의 부조화가 안타까웠다.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 군무는 인상적인 풍경을 연출하지 못했다.

음악 역시 더 다듬어져야 했다. 이 작품에서 음악은 상황 변화를 표현하는 주도구였지만 지나치게 격변하거나 소란스러워 설득력이 약한 대목이 많았다.

다만 국립무용단 단원들의 물오른 기량은 돋보였다. 춤 소화력은 물론 작은 몸짓만으로 질투, 의혹을 표현하는 연기력이 인상적이었다. 기존 무용극들에서 보여진 현란하고 설명적인 의상과 무대를 탈피한 것도 긍정적이다.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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