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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와 고독, 고독과 미(美)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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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02 11:04:34 수정 : 2017-07-02 11: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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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개인전
“달아나는 호감의 대상을 기꺼이 쫓아가듯이, 우리는 청색을 그렇게 바라본다. 그것은 청색이 우리 쪽으로 밀려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괴테는 파란색에 대해 “눈에 무어라 말하기 어려운 특별한 영향을 미치는데, 그것은 하나의 에너지”라고 정의했다.
전위예술가 이브 클랭 또한 본인의 이름을 붙여 인터내셔널클랭블루(IKB)라는 색을 만들었다. 그도 청색을 범우주적인 에너지를 지닌 색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작가 김유림에게 블루는 항상 영감을 주는 색이자 에너지를 건네는 힘의 원천이다. 파란색을 긍정적인 고독감과 연결시켜 아름다움과의 상관관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그의 세 번째 개인전이 ‘블루와 고독, 고독과 미(美)의 상관관계’라는 주제를 내걸고,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10일까지 열린다.

김유림은 첫 번째 개인전에서 고향 제주의 푸른 바다빛깔에 자신이 경험한 외로움을 승화시켜 푸른 숲 속 환상을 보여준 바 있고, 두 번째 개인전에서는 그녀만의 특별한 블루를 통해, 관람객들을 2013년의 유럽 풍경 속으로 데려간 적이 있다.

파란색은 아이러니한 색이다. 우울과 외로움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희망을 상징하기도 하고, 차가운 느낌을 안기지만, 바라보고 있으면 심신이 편안해지는 따뜻함을 지녔다. 상실감을 느낄 때 찾게 되는데, 정작 마주하면 마음 한 켠에서부터 무언가 채워지는 치유의 기능도 한다.

작가는 항상 파란색이 주는 에너지에 관해서, 자연 혹은 여행지의 공간을 빌어 이야기한다. 파란색을 긍정적인 고독감과 연결시켜, 그것과 아름다움의 상관관계에 대해 고찰한다. 혼자 떠난 여행에서 긍정적 고독감을 포집하곤 하지만 여의치 않을 땐 영화 속 아이슬란드의 풍경에서 이미지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의 작품 속 곧게 뻗은 ‘도로’와 ‘오로라’가 그들이다.
김유림은 그림을 통해 꾸준히 ‘내가 고독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블루와 고독은 닮은 점이 있다. 파란색에는 우울과 희망의 양면성이 있고, 고독은 외로움 뒤로, 진지하게를 나를 돌아보며 그 내면에서 끌어 올릴 수 있는 에너지를 품고 있다. x축이 증가하면 y축도 증가하는 비례함수처럼 블루가 커지면 고독감도 커지고, 그 증폭된 에너지가 마침내 아름다운 작품을 빚어내고야마는 그런 상관관계다. 영감을 떠올리면서부터 이미지를 완성시키기기까지 완전한 고독 속에서 오늘도 작가는, 자신을 위로한다.

해질녘 낮과 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간을 프랑스에선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한다. 영어의 ‘매직 아우어’다. 작가는 그 시간에 파랗게 변하는 하늘을 하나의 거대한 파란 구멍이라 생각했다. 한 없이 빨려 들어갈 듯 시선을 빼앗기고 마는, 마치 블랙홀 같은 그 색채에 매료되었던 순간들을 작품 ‘블루 홀’ 시리즈로 재현시켰다. 김유림은 이 연작들을 통해 청춘의 한 때를 머물던 유럽으로 함께 추억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Nowhere Blue’ 시리즈와 ‘거리의 고독’ 등의 작품에는 과거에 내가 존재했던 공간이지만 지금은 없어졌다거나 내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공간들에 대한 그리움을 듬뿍 담았다. 기억은 있는데 더 이상 그 곳에 없는 나에 대한 이미지들을 찬찬히 들려준다.

파란색은 김유림의 주제를 명징하게 표현해주는 적절한 색이다. 그 중에서도 코발트블루가 으뜸이다. 코발트블루가 건네는 느낌은 텁텁하고 따뜻하며 진중하다. 울트라마린블루의 차가움과 투명감으로는 부족하다. 외로움의 감정은 감각적으로는 차갑다고 할 수 있지만 투명한 느낌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전시장 한 쪽 수줍게 놓여 있는 작가의 작업노트를 열어봤다.
“내가 느끼는 외로움과 불안함의 감정이 파란색을 통해 표현되고 ··· 어떤 낯 선 느낌을 받는다. 인상파의 그늘에는 파란색이 들어가서 무언가 신비로운 느낌을 건넨다. 하지만 나는 단순히 눈으로 지각할 수 있는 세계의 변하는 외현을 그리려는 게 아니다. 내 그림 ‘숲’은 그 이미지 재현도 아니고 자연 그대로 보이는 색의 재현도 아니다. 아주 꽉 들어찬 에너지가 느껴지는 수풀의 무성한 이미지는 내 안에 있는 감정들의 힘으로 다시 생겨나고 비로소 코발트블루를 통해 완성된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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