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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다양성 지닌 ‘홍콩 DNA’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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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01 01:36:26 수정 : 2017-07-01 01: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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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반환 20년… 불안감 가득
홍콩인들 ‘일국양제’ 불신 깊어
中, 정치·경제 등 통제력 확대
30년쯤 후엔 완전 중국화될 듯
누구나 홍콩을 방문했을 때 느끼는 첫 인상은 특유의 부산스럽고 시끄러운 도시 풍경이다. 좁은 골목길을 쉴 새 없이 다니는 사람과 차량, 귓전을 때리는 날카로운 경적 소리는 처음 찾은 여행객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식당이라도 가면 수십개 테이블이 좁게 붙어 있는 큰 홀에서 식사를 하고, 크게 목소리를 키워야 동행들과 이야기가 가능했다.

‘홍콩 주권반환 20년’ 기획 취재차 다시 찾은 홍콩의 모습은 기억 속 그대로였다. 숙소로 잡은 최고 번화가인 완차이(灣仔)의 비즈니스 호텔 앞에는 영국식 클럽들이 줄지어 있었다. 밤 12시만 되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각국의 젊은이들이 밤새 “부어라, 마셔라”를 이어갔다. 하룻밤에도 몇 번씩 경찰이 출동했다. 홍콩에 머무는 동안 거의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다. 


이우승 베이징특파원
홍콩의 부산스럽고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는 분명 유쾌하고 즐거운 감정이 담겨 있다. 바로 다양성과 자유로운 사회 시스템이 주는 흥겨운 홍콩만의 분위기인 셈이다. 중국 내륙의 도시와는 확연히 다르고, 싱가포르·방콕·호찌민 등 다른 동남아 도시들과도 또 다르다.

유쾌하고 부산스러운 특유의 분위기는 근대화 과정에서 홍콩이 겪은 굴곡진 역사와 관련이 깊다. 1830년대 아편전쟁 결과로 영국은 홍콩섬을 할양 받아 통치를 시작했다. 1949년 중국공산당이 사회주의 국가를 세웠지만 영국은 홍콩에 자본주의 제제를 도입하고 동·서양 문화가 절묘하게 결합된 ‘홍콩’을 만들었다. 20세기 후반 홍콩은 ‘동방의 진주’로 불리며 아시아의 대표적인 ‘글로벌 금융 허브’로 이름을 떨쳤다.

중국 대륙 한쪽 끝의 어촌 마을에서 영국 식민지를 거치고, 제2차 세계대전 중 잠시 일본 통치를 받다가 다시 영국 식민지로 넘어와 이제는 ‘G2’(미·중)로 불리는 중국 아래 있다. 이번 출장에서 새롭게 느낀 것은 부산함과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 속에 녹아 있는 불안감이었다. 근대사의 흐름 속에서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지 못한 채 조류에 휩쓸려 가는 홍콩의 현재 모습에 대한 그들 스스로의 무력감인 듯했다.

출장 기간에 만난 홍콩인들은 상상 이상으로 중국과 내륙인에 대한 불신이 깊었고, ‘주권반환 20년’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들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우리는 중국과 같이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출장 갈 때만 해도 민감한 정치적인 문제를 자유롭게 얘기하겠느냐는 의문이 있었다. 그러나 첫날 만난 직장인부터 대학생,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중국에 대한 불신과 반감은 누구에게나 엿보였다.

이제 ‘홍콩반환 20년’이 지났다. 10년 전인 2007년에는 일국양제(一國兩制)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일국양제는 ‘한 국가 두 체제’를 의미하는 통치 원칙이다. 1980년대 영국과 중국이 처음 반환 협정을 시작할 때 홍콩의 주권을 중국으로 넘기되, 향후 50년 동안 ‘항인치항’(港人治港)의 원칙에 따라 홍콩에 고도의 자치를 보장한다는 중국의 약속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정치는 물론 경제와 산업, 교육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통제력은 커져만 가고 있다. 다음 10년 홍콩은 어떨까? 10년 뒤인 2027년은 처음 약속한 50년 자치기간이 중반을 넘어 꺾인 지 5년이 지나는 해다. 미래를 알 수는 없지만 지금보다도 더 중국에 기울어진 홍콩을 보게 될 것 같다. 20년 후인 2037년엔 더욱 기울어진, 2047년엔 중국과 하나 된 홍콩이 있을 것이다.

한 홍콩 사람은 “20년 전에 반환된 이후 점점 중국인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했다. 홍콩에서 만난 한 지인은 완차이의 시끄러운 풍경을 가리키며 “이렇게 자유롭게 살고 있는데, 중국 밑으로 가고 싶겠어?”라고도 했다.

부산스럽고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 다양함과 유쾌함이 깃든 홍콩에 중국의 정치제제가 완전히 이식된다면 미래 홍콩은 어떤 모습일까? 홍콩 특유의 부산함과 시끄러움은 사라지지 않을까? 아무리 곱씹어 생각해도 아쉬움과 안타까움만이 남는다.

이우승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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