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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보이스피싱 위에 ‘나는 60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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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8 21:57:40 수정 : 2017-06-29 15: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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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원의 현란한 말솜씨를 차분한 기지로 제압한 60대 할머니가 화제다.

이 할머니 덕분에 경찰에 가만히 앉아 한 유명 전화금융사기단의 행동책을 검거하고 실체 파악에 들어갔다.

28일 부산 영도경찰서에 따르면 요양관리사인 이모(68·여) 씨는 지난 27일 오후 3시쯤 집으로 걸려온 낯선 전화를 받고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했다.

자신이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말한 상대방은 “주민등록번호가 도용돼 신용카드로 500만원이 부정 사용됐다. 피해를 막으려면 통장에서 돈을 모두 찾아 안전하게 냉장고에 보관해둬야 한다”고 다급하게 말했다.

통화과정에서 이씨의 통장에 1600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상대방은 이씨가 알려준 휴대전화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어 “시간이 없으니 빨리 은행으로 가라”고 독촉했다.

이씨는 은행으로 향하던 버스에서 내려 곧바로 근처 파출소로 가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전화를 받고 있다”고 신고했다.

휴대전화로 용의자와 계속 통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잠시 전화기를 입에서 떼고 경찰관에게 귓속말로 상황을 설명했다.

이씨는 사복으로 갈아입은 경찰관들과 함께 은행에 가 2만원만 찾은 뒤 용의자에게는 5만원권으로 1100만원을 찾았다고 속였다.

그는 “5만원권의 일련번호를 알려달라”는 용의자의 기습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지갑에 있던 5만원권 지폐를 꺼내 읽어준 뒤 사복 경찰관들과 함께 귀가해 용의자가 시킨 대로 냉장고에 돈을 넣었다.

이어 그는 또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면 즉시 주민등록증을 새로 발급받아야 한다”는 보이스피싱 용의자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것처럼 서둘러 집을 나섰고, 이어 상대방이 시키는 대로 우편함에 열쇠를 넣어두고 주민센터 쪽으로 걸어갔다.

10분쯤 뒤 중국 교포 윤모(41) 씨가 이씨의 집 우편함에서 열쇠를 꺼내 집 안으로 들어갔고 안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관에게 붙잡혔다.

이씨는 윤 씨가 검거됐다는 말을 듣고서야 보이스피싱 용의자와의 전화를 끊었다. 1시간 가까운 시간이 지난 뒤였다.

경찰은 다른 사기 사건으로 수배돼 있고 불법 체류 중인 윤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공범의 신원을 파악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할머니가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기지를 발휘한 덕분에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붙잡을 수 있었고, 용기가 대단하시다”고 말했다.

경찰은 범인 검거에 공을 세운 이씨에게 표창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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