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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 법관회의 요구 수용 배경은

입력 : 2017-06-28 19:10:06 수정 : 2017-06-28 22:2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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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내홍에 ‘법원개혁 빌미 제공’ 차단 포석 /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 거부… 내부 갈등 불씨는 여전히 남아 / 법관회의 ‘사법부 내 의회’ 역할… 사법행정권 일부 넘어갈 수도
양승태 대법원장이 28일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 법원행정처 개혁 등 일선 법관들의 요구사항 대부분을 수용한 것은 사법부 내홍이 더 이상 확산하는 것을 막고 자칫 청와대와 정치권이 주도하는 법원개혁의 빌미를 주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다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에 대해선 “바람직하지 않다”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해 법원 내부 갈등의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의 구성·역할·기능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이제 행정처 개혁은 불가피해졌다. 행정처는 원래 일선 법관들의 재판 업무를 지원할 목적으로 탄생했으나 ‘인사권을 무기 삼아 판사들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구로 변질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현직 대법관 중 대법원장과 가장 가까운 측근이 행정처장을 겸임하면서 이런 경향이 더욱 고착화했다.

자연히 행정처 개혁의 시발점은 대법관의 행정처장 겸임 관행 폐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양 대법원장도 이를 염두에 뒀는지 대법관들 중에서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의 후임자를 아직 임명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행정처장 직급이 대법관(장관급)에서 법원장(차관급)으로 내려갈 수 있다.


조만간 법관대표회의가 상설화하면 이제껏 행정처가 독점적으로 행사한 인사권 등 사법행정권의 상당 부분이 법관대표회의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법관대표회의는 행정처를 견제하는 등 사실상 ‘사법부 내 의회’ 역할을 하며 판사 인사와 대법관 후보 추천, 법원 내 사무분담 등에서 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사실상 판사들의 노조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는 게 현실이다.

양 대법원장은 그러나 법관 일부가 중심이 돼 “블랙리스트로 의심되는 문서파일이 저장돼 있다는 행정처 사무실 PC를 뒤져보면 된다”며 요구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법적·사실적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법관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열어 조사한다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다”며 “더구나 이제껏 각종 비위 혐의나 위법사실 등 어떤 잘못이 드러난 경우조차도 법관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그의 동의 없이 조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응수했다.

판사들은 양 대법원장 제안의 수용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법관대표회의 대변인인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대법원장 입장에 대해 법관대표회의는 대표들과 전체 판사들의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지휘부는 일선 판사들이 재조사 요구를 접고 양 대법원장 입장을 수용하는지, 아니면 여전히 재조사를 요구하는 기류가 강한지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강경파’로 불리는 소장법관들이 재조사 주장을 굽히지 않고 그들 일부가 계속 양 대법원장 퇴진을 요구한다면 사법부 내홍은 양 대법원장 임기가 끝나는 오는 9월까지 장기화할 수도 있다.

김태훈·장혜진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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