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데스크의눈] 문인 출신 도종환 장관의 과제

관련이슈 데스크의 눈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06-28 21:19:21 수정 : 2017-06-28 21:21:3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문화부 현안 쌓였지만… 특히 출판산업 관심의 손길 기대 프랑스 문학의 태두 빅토르 위고는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특히 ‘노트르담 드 파리’와 ‘레미제라블’이라는 두 소설은 연극,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발레, 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적 결과물로 시대를 초월해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빅토르 위고는 “세계 사람은 모두 두 개의 조국을 갖고 있다. 하나는 그가 태어난 나라이며 또 하나는 프랑스이다”라고 말했다. 오만하게 느껴지는 이 말은 프랑스인들이 문화적 자긍심을 표현할 때 종종 인용한다. 현대 국가에서 문화의 힘과 영향력은 정치, 경제, 군사력보다 우위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프랑스가 세계가 인정하는 문화선진국으로 등극한 데에는 출판 분야가 큰 영향을 미쳤다. 세계 최초로 정부 조직에 문화부를 신설한 나라도 프랑스다. 문화부 내에 도서관과 독서, 출판정책을 총괄하는 도서독서국을 설치했다. 이곳에서 출판과 관련한 법률 제정과 지원, 기획 등을 총괄한다. 그리고 공공지원기관인 국립도서센터(CNL) 등이 출판 분야를 유기적으로 뒷받침한다.


류영현 문화부장
신임 도종환 문화부 장관의 언론 인터뷰를 보면서 문득 빅토르 위고의 생애를 떠올리게 됐다. 그가 문인으로서 문화계의 산적한 과제를 풀어가며 봉착하게 될 현실적 난관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대부분은 문인이 정치계에 들어갔다가 문학은 못하고 인간으로서 굉장히 비난 받는 경우가 많다. 외국은 좀 달라서 빅토르 위고는 프랑스혁명기, 그 격동의 시대를 살면서도 망명하고 돌아와 국회의원을 했다. 그러고 나서 ‘레미제라블’을 썼다.”

도 장관이 말하지 않은 빅토르 위고가 겪은 그다음 장면은 비극적이다. 빅토르 위고는 1848년에 2월혁명이 일어나면서 실시된 보궐선거에 나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대통령 선거에서 루이 나폴레옹을 지지하지만 곧이어 반동정치가 시작되자 빅토르 위고는 격렬하게 정부를 비판했다. 1851년 12월 루이 나폴레옹이 쿠데타를 일으켜 제정을 선언하자, 반정부 인사로 낙인찍혀 벨기에로 망명했다. 빅토르 위고는 망명 중에도 프랑스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계속 발표하다 결국 벨기에서도 추방당했다.

도 장관은 빅토르 위고가 정계에 들어온 뒤에도 훌륭한 문학작품을 남겼다고만 했다. 하지만 그 이후 빅토르 위고가 얼마나 비참한 생활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도 장관은 정계입문 여부를 떠나 명망있는 문인으로 남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도 장관을 맞이한 지금의 문화부는 산적한 과제들을 안고있다. 특히 출판 분야는 도 장관의 지대한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출판업계는 갈수록 떨어지는 독서율로 고전하고, 도서유통업체인 송인서적 부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블랙리스트(문화예술인 지원배제 명단)와 같은 정권의 부당한 간섭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우수도서 선정의 경우도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나아가 출판 분야 투자를 활성화하고 출판유통구조 혁신과 개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개편 등을 통해 침체된 출판문화산업을 부흥시켜야 한다.

문화부 내에 출판인쇄산업과, 인문정신문화과, 도서관정책기획단 등으로 나뉘어 있는 조직도 유기적으로 일원화해야 한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한국문학번역원, 국립중앙도서관, 문화예술위원회 등 업무가 분산된 산하기관도 손을 봐야 한다.

도 장관이 이 같은 과제를 잘 헤쳐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모두 두 개의 조국을 갖고 있다. 하나는 우리가 태어난 나라이며 또 하나는 우리의 빛나는 문화다”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한다.

류영현 문화부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