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노무현정부에선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열린우리당 재선 출신인 한명숙씨다. 2012년 1월엔 민주통합당 대표에 뽑혔다. 당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은 박근혜,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이정희였다. 여야 3당 간판을 여성이 독식했다. 마초 남성 지배 시대인 한 갑자(60년)를 지나서야 모성 정치 시대를 맞이했다고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평했다. 그해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이겨 동북아 3국 중 한국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
하지만 여성 정치인 세력화는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20대 총선 여성 당선자 비율은 17%에 그쳤다. 유엔 권고 수준은 30%다. 공교롭게도 여성 대통령·총리 출신은 모두 수감 중이다.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다. 여성 리더십 비관론이 번질 수 있는 악재다. 반면 5·9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선전해 희망을 살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어제 끝난 바른정당 당원대표자회의에서 이혜훈 의원이 새 대표로 뽑혔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 심 대표와 함께 여성 대표 시대가 다시 열렸다. 이 대표는 “용광로 대표가 되겠다”며 당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독설과 강공으로 당 분열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대표 경선에서 ‘어머니 리더십’을 내세웠으나 실천 여부는 미지수다. 그가 여성 정치의 발전과 후퇴, 어느 쪽의 길을 걸을지 지켜볼 것이다.
허범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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