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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서민 조세저항 우려한 정부 “경유세 인상 계획 없다”

입력 : 2017-06-26 20:43:39 수정 : 2017-06-26 2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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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공식 발표 / “미세먼지 경감 대책 실효성 없고 영세자영업자 부담 증가 감안” / “근로소득 면세자 축소·주세 개편…중장기 과제로 신중한 검토 필요” / 고소득 자산가·재벌 과세는 강화
‘조세정의를 실현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에 나오는 조세 정책의 핵심 문장이다.

새정부 경제팀이 닻을 올리면서 대선 공약 기조를 잇기 위한 조세 정책의 윤곽도 차츰 드러나고 있다.

‘서민 증세’로 비칠 수 있는 정책은 방향을 바꾸거나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 반면에 투기와 편법 상속·증여, 재벌 대기업에 대한 과세에는 단호한 입장이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의 합리적 조정, 일명 에너지 세제개편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올해 경유세 인상설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정부는 또 국민개세주의 차원에서 추진하려던 근로소득 면세자 축소, 현재 종가세인 주세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도 중장기 과제로 돌렸다. 경유세와 근로소득 면세자, 주세 등은 모두 서민과 직결된 문제여서 섣불리 올리거나 줄이면 거센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정부는 경유세율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7월 4일 열리는 에너지 세제개편 공청회와 관련해 “공청회안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확인 결과 경유 상대가격 인상의 실효성이 낮게 나타났다”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세먼지는 해외 기여분이 상당히 크고 유류 소비는 가격변화에 비탄력적인 데다 세율 조정의 영향을 받지 않는 유가보조금 대상 차량이 있다”면서 “영세자영업자 부담이 늘어나는 부분 등 통합적으로 감안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근로소득자 면세자 축소와 관련해서도 올해 세제개편안에 담지 않고 중장기 과제로 신중히 검토할 계획이다. 근로소득자 중 면세자 비중은 2005년 48.9%에서 2013년 32.2%까지 낮아졌다가 근로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2014년 47.9%로 급격히 상승해 이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정부는 주세 과세체계의 합리적 개편을 위한 ‘종량세 개편’ 역시 중장기 과제로 넘겼다. 현재 한국에서 술은 가격에 비례해 세금이 책정되는 종가세를 택하고 있다. 종가세는 싼 술일수록 낮은 세율, 비싼 술일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따라서 종가세를 종량세로 바꾸면 소주와 같은 싼 술의 세금은 늘어나는 반면 위스키 등 비싼 술의 세금은 준다. 최 실장은 “종량세를 높게 가져간다면 소주나 이런 (주류의) 가격이 인상돼야 한다”면서 “현실적으로 종량세 개편은 중장기적으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고소득 자산가와 재벌 대기업 과세, 탈루소득 과세는 강화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는 최근 “소득세·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올해 세법 개정안에 관련 명목세율 인상이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자진신고하면 내야 할 세금에서 7%를 깎아주는 상속·증여 신고세액공제를 3%로 축소하거나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신고세액공제는 10%에서 올해부터 7%로 축소됐다. 기재부는 3%로 낮아지면 연간 세수가 14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부동산 임대소득도 현재 연 2000만원 이하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올해 세법 개정을 통해 내년에는 15.4% 단일세율로 분리 과세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금융소득 과세도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재벌 대기업의 경우 △초고소득 법인의 법인세 최저한세율 상향 △경제적 효과성이 떨어지는 비과세·감면 축소 △일감몰아주기 과세 강화 등 대선 공약이 내년 세법 개정안에 대부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동산 보유세 인상은 여권 내에서도 이견이 있어 정부가 어떻게 가닥을 잡을지 미지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출간한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라는 책에서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0.7~0.8%인 부동산 보유세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까지 인상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최종 공약집에는 담기지 않았다. 최근 부동산 보유세 인상설이 불거지자 여권 핵심 인사와 정부 관계자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혼선을 빚었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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