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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먼저 열광한 '퓨전 국악'…흥겨운 선율에 박수세례

입력 : 2017-06-25 21:11:45 수정 : 2017-06-25 21: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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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락 페스티벌 참여… 퓨전 국악밴드 ‘잠비나이’ “첫 해외공연에 CD를 50장 정도 가져갔어요. 팔려고요. 한국에서는 너무 인기가 없을 때였죠. 제가 밴드 멤버들한테 엄청 잔소리했어요. ‘이거 팔리겠느냐, 짐만 되지 뭐하러 가져가느냐.’ 그런데 현지에서 10분 만에 매진됐어요. 우리가 해외시장에서 가능성이 있겠구나 예견했죠.”(김보미)

잠비나이의 공연 모습.
밴드 잠비나이가 2013년 5월 핀란드 월드 빌리지 축제에 초청됐을 때 일화다. 김보미의 예견대로 불과 4년 만에 잠비나이는 해외를 돌아다니느라 눈코뜰 새 없는 밴드가 됐다. 지난해의 경우 18개국에서 50회 공연하며 일년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냈다. 해외 주요 음악축제들에 한국 밴드로는 최초로 유료 초청되는 일이 대다수다. 더 고무적인 건 이들이 국악을 기반으로 한 밴드라는 점. 국악과 록을 기반으로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독특한 음악을 하는 이들이 다음달 8일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에 처음 오른다. 밴드 멤버 중 김보미(해금), 심은용(거문고)을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이들이 잠비나이를 결성한 건 2009년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인 이일우(기타·피리)와 함께 ‘우리가 만족할 좋은 음악을 만들자’며 3인조로 뭉쳤다. 여기에 최근 최재혁(드럼), 유병구(베이스)가 합류했다. 잠비나이는 2012년 1집 ‘차연’을 내고 2013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크로스오버 앨범상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국내 시장의 벽은 높았다. 그러나 해외 반응은 빨랐다. 2013년 이후 음악제 초청이 줄을 이었고, 2015년에는 세계적 인디 음반사 벨라 유니언과 계약하기에 이른다. 두 사람은 해외반응을 치켜세우는 말에 손사레를 치며 “세계는 참 넓기에 완만한 산을 오르듯, 해외에서 아주 천천히 발전하는 느낌”이라면서도 하나둘 팬이 생겨나고 있음을 실감한다고 했다.

“처음 저희 공연을 본 외국분들이 좋아서 또 오는 게 보여요. 2014년 여름에 덴마크 로스킬레 축제를 본 분이 이듬해 클럽 공연에도 오는 식이죠. 작년에 저희 티셔츠를 산 분이 올해 또 보이고, 플랭카드를 들고 있기도 해요. 저희가 벨기에에서만 공연하면 비행기, 기차 타고 프랑스, 덴마크에서 오기도 하고요. 저희를 잘 모르고 호기심으로 왔다가 정말 좋다, 신선하다, 연주도 잘한다 느끼면서 팬층이 넓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밴드 잠비나이의 심은용(왼쪽)·김보미는 “전통음악은 좋아서 연주하게 되는 위대한 음악”이라고 말했다.
국립극장 제공
이들은 해외반응이 빨리 온 데 대해 밴드문화가 일반화된 점을 꼽았다. 잠비나이만의 고유한 정체성도 높이 산 것 같다고 했다. 잠비나이의 디렉터 김형군씨는 “모두 공통으로 하는 얘기가 음악 자체가 독창적이고 예술가로서 정체성이 확고하다는 것”이라며 “또 라이브 능력이 압도적이라고 평한다”고 전했다. 김보미 역시 해외팬이 빠져든 이유로 “우리가 잘해서”라며 웃었다.

“저 역시 좋아하는 가수의 라이브 공연에 갔다 오면 그 매력에 푹 빠져요. 라이브에서는 음원보다 더 만족할 만한 소리를 들려줘야 해요. 그런 실력도 저희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봐요. 하하.”(심은용)

‘여우락’에서 기대해도 되겠는지를 묻자 이들은 자신 있게 “네”라고 했다. 이방인을 휘어잡는 라이브 연주력이 어디에서 오는지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했다. 김보미는 “모든 음악인들이 그렇듯 연주하는 순간 음악에 빠져들고 자기가 의식하지 못하는 어떤 세계로 갔다오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연주할 때 계산하며 하지 않아요. 저도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르고, 나중에 영상을 보고서야 내가 이랬구나 해요.”

“내공이 필요하다고 봐요. 경험과 여유가 있어야 무대에서 즐기고 무아의 경지가 되겠죠. 연습도 필요하고요. 또 좋은 공연을 위해 컨디션 조절에 신경 써요. 해외투어를 다니면 일정이 빡빡하고 자는 공간, 먹는 물이 계속 바뀌어 힘들거든요.”(심은용)

내달 ‘여우락’에서 이들은 대표곡 외에도 지난해 엠넷 ‘판스틸러-국악의 역습’에서 공개한 ‘지워진 곳에서’를 가수 한희정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또 가객 박민희와 MBC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의 수록곡 ‘담담히 적시고나’를 들려준다. ‘여기 우리 음악’을 모색하는 ‘여우락’ 축제의 기획의도는 잠비나이의 활동과도 맞닿아 있다. 김보미는 “21세기 국악인으로 살면서 동시대와의 소통은 당연한 고민”이라며 “산조가 당대에 고민하며 만든 창작음악이듯 잠비나이 역시 이 시대의 창작 국악이고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국악”이라고 말했다. 그간 음악 장르의 경계를 지워온 이들은 앞으로 내놓을 작품에 대해 물음표를 남겼다.

“이런 음악을 할 거야 해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니라 활동하다 보니 자연스레 고민들이 모여 우리 음악이 탄생했어요. 그렇기에 앞으로 어떤 음악이 나올지는 전혀 몰라요. 저희는 계속 만들어가고 진행 중인 것 같아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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