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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영화 '하루'를 보며 상상해본 나의 하루

입력 : 2017-06-24 14:00:00 수정 : 2017-06-23 17: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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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영화 속 주인공이 되고 싶을 때가 있다. 영화 속 현실이 나의 현실이 되기를 바라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하고.

지난주에 개봉한 영화 ‘하루’(감독 조선호)를 보며 오랜만에 그런 상상을 해보았다. ‘만약 나에게도 같은 날, 같은 시간이 반복된다면, 언제가 반복되면 좋을까? 과연 해피앤드일까?’

사실 이런 상상이 처음은 아니다. 20여 년 전 ‘사랑의 블랙홀’(감독 해럴드 레이미스, 1993)을 보면서도 해봤고, 최근에는 ‘엣지 오브 투모로우’(감독 더그 라이만, 2014)를 보면서도 해봤다. 시간이 반복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로 가 현재와 미래를 바꾸는 시간여행 영화들을 보면서도 비슷한 상상을 해봤다.

‘사랑의 블랙홀’에서 필(빌 머레이)은 폭설로 동료들과 함께 발이 묶인 출장지 시골 마을에서 아침에 눈떠 잠들 때까지 하루를 반복하고,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빌(톰 크루즈)은 전장에 도착해 출전해서 죽을 때까지 하루를 반복한다.

‘하루’에서 준영(김명민)은 착륙하는 귀국 행 비행기에서 눈을 뜬 후 거리에서 딸 은정(조은형)의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딱 2시간을 반복하게 된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공상과학 영화, 스릴러 영화라는 매우 다른 장르의 세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모두 ‘같은 시간의 반복’이라는 상황에서 벗어나 또 다른 하루인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노력한다.

‘사랑의 블랙홀’의 필은 무한 반복 하루하루를 보내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빌은 외계인으로부터 지구와 인류를 지키는 전사가 되어간다.

‘하루’에서는 또 한 명의 하루 반복자가 등장한다. 준영은 딸의 사고 현장에서 아내 미경(신혜선)을 살려내기 위해 사투 중인 민철(변요한)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자신의 아내와 딸을 살려내기 위해 협력한다.

그러나 준영과 민철은 매번 실패하고, 결국엔 단순히 사고 현장에 일찍 도착하거나, 미경과 은정을 사고 현장에 가지 못하게 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과연 두 사람은 가족을 살려낼까? 그리고 무한반복 2시간은 끝이 날까?

아무리 불행했던 시간이라 해도, 마침 후회하고 있던 일들을 바로 잡게 되어, 바라던 대로 변화된다면, 행복해질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계속 반복된다면 지루하거나, 지치거나 둘 중 하나가 되어버릴 것 같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행복했던 순간이라 해도, 한 치의 변함없이 그저 반복만 된다면, 어느새 불행한 하루가 되지 않을까.

사실 영화처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쳇바퀴처럼 돌기만 하는 반복적인 일상에 지칠 때가 있다. ‘늘 오늘만 같아라!’며 반복적이라기 보단, 지속적인 일상을 꿈꿀 때도 있고.

또 한편의 무한반복 시간여행 영화 ‘하루’를 보며, 나의 하루하루는 결국 큰 의미에서 무한반복 제자리걸음의 일상은 아닌지 생각해보았다.

늘 변화해야한다거나 발전해야 한다고 다그치며 일상을 만들고 싶은 것은 아니다. 현재라는 시간 배경과 나라는 주인공을 바꿀 수 없겠으나, 적어도 공간 배경, 등장인물, 말과 행동이 조금씩은 바뀌는 하루, 시간, 순간을 만들고 싶다.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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