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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스마트폰이 정말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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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1 23:52:27 수정 : 2017-06-21 23: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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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없으면 주위 사람이 답답해해 / 일본은 아날로그식 생활 즐기는 풍조
아이들이 크면 바빠서 같이 식사할 시간도 없게 된다. 그래도 가끔 같이 식사할 기회가 생기면 그 시간은 정말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아이들은 밥을 먹는 시간도 아깝다는 듯 손에 스마트폰을 대고 정신이 없다. 같이 식사하는 시간만큼은 휴대전화기를 보지 말고 오랜만에 서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아이를 보면 아침에 일어나서 나갈 때부터 손에 휴대전화를 잡고 집에 돌아와서 잠자기 전까지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다. 비단 우리 집뿐 아니라 한국은 물론 세계적인 경향인 것 같다. 나 자신도 생각해 보면 항상 폰을 가까이에 놓고 생활할 때가 많다. 현시대 스마트폰의 영향력은 정말 크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요즘은 내 휴대전화가 켜지지 않거나 갑자기 꺼지거나 한다. 마침 우리 집 고장 난 TV처럼 증상이 비슷하다. 지난번 TV를 고치러 온 기사님이 TV와 휴대전화는 비슷한 구조라는 말이 돌연 생각났다. 남편이 “TV도, 휴대전화도 멈출 때까지 끝까지 쓰자”라는 말에 동의해 지금까지 좀 불편하지만 계속 쓰고 있다.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생활화된 물건들이 과연 정말 필요한 것일까 생각해 봤다. TV는 있으면 시끄럽고 없으면 심심하다. TV는 컴퓨터로도 볼 수 있고 휴대전화는 없어도 집전화나 직장에 있는 전화로 대신할 수 있다. 차를 운전할 때는 휴대전화가 없으면 좀 불안하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평소 운동부족도 해소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더욱 그렇다. 없어도 집이나 직장에 있는 컴퓨터를 쓰면 문자도 인터넷도 볼 수 있다. 그런데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주위 사람이 더욱 답답하다고들 한다. 폰은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지, 주위 사람을 위해 갖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한국은 스마트하고 멋있는 디지털사회가 돼가고 있다. 아날로그식의 생활이나 생각은 시대에 뒤처져 멋스럽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일본은 그러한 옛날식 스타일인 아날로그식 생활이나 스타일을 오히려 즐기는 풍조가 있다. 일본에서 유명한 한 젊은 무용가는 토크쇼에 나와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휴대전화도 없다고 한 적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인기가 있고 바쁜 사람인데 휴대전화 없이 어떻게 연락하고 활동하는지 궁금해했다. 주위 사람에게는 불편하겠지만 본인은 전혀 불편한 일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바로 연락을 못하니까 생활이 느리게 되고, 내 속도에 맞게 지낼 수 있고, 누군가에게 연락하거나 만나려고 하면 그 사람의 지금 상황을 잘 생각하고 소중히 여기게 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스마트폰에서 많은 정보를 그때 그 자리에서 바로 얻기 위해 검색을 한다. 정보화사회에서 스마트폰은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한국인 남편의 의견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렇게 많은 정보가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오히려 유익한 정보보다 비참하고 부정적인 정보가 많은 현대사회다. 전에 내가 금식할 때 하루가 너무 길다고 느꼈던 적이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만약 휴대전화가 없으면 더 복잡해질까. 아니면 휴대전화를 만지는 시간 대신에 여유로움이 많아질까. 휴대전화를 바꾸기 전 “정말 나에게는 필요한 물건이다”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 휴대전화 없는 생활을 즐겨볼까 생각 중이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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