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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성자’의 사랑·반기문의 꿈 느껴보세요

입력 : 2017-06-26 14:45:07 수정 : 2017-06-26 14: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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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희망 심어주는 음성 / 걸인이면서 더 어려웠던 18명 도운 ‘최귀동’ 기려 매년 품바축제 / ‘영어 신동’ 자라던 반 총장 생가 평화랜드 조성 / 한독박물관 동서양 의약 한눈에… 철박물관선 예술품 감상 충북 음성군은 유명한 산과 계곡이 없지만 자녀와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여행지가 많다. 음성에는 철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철 박물관, 일제강점기에 민족정신을 가르친 매괴성당, 의학의 역사를 볼 수 있는 한독박물관 등이 자리 잡고 있어 멋진 추억을 담아오기 좋다. 거지 생활을 하면서 더 어려운 자를 챙긴 최귀동 할아버지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생가를 찾아 자녀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

음성군은 2000년부터 매년 최귀동 할아버지의 숭고한 삶을 기리기 위해 음성품바축제를 열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음성군 읍성읍 설성공원에서 열린 축제의 모습.
◆최귀동 할아버지와 반기문 전 총장 흔적을 찾아서

음성에서는 ‘거지의 성자’ 최귀동 할아버지의 삶과 이웃사랑 흔적을 공원과 품바축제, 복지시설 등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충북 음성군 금왕읍에서 부잣집 아들로 태어났다. 하지만 그가 일제 징용에서 돌아오니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그는 살기 위해서 병든 몸으로 무극천 다리 밑에 거적을 치고 걸인이 됐다. 그는 이곳에서 자신보다 몸이 불편한 18명의 거지를 보살피며 살았다.

그에 삶은 1976년 9월 오웅진 신부를 통해 알려지게 됐다. 오 신부는 깡통을 들고 절뚝거리며 성당을 지나는 거지 최 할아버지를 따라 움막에 갔다. 동냥해온 음식을 몸이 불편한 18명의 거지들에게 차례로 먹이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에 큰 깨달음을 얻은 오 신부는 시멘트 벽돌로 사랑의 집을 지어 이들을 수용했다. 이것이 꽃동네의 모태가 됐다.

최 할아버지는 1986년 2월 15일 ‘작은 예수’라는 칭호를 들으며 ‘한국가톨릭대상’ 사랑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길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집을 지어주라”는 말과 함께 부상으로 받은 상금 120만원을 내놓아 노인요양원 건립에 보탰다. 2년 뒤인 1988년 5월 그의 바람대로 노인요양원이 들어섰다. 지금은 3000여명을 수용하는 국내 최고의 사회복지시설로 커졌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놓은 최 할아버지는 1990년 1월 4일 일흔한 살 생을 마감했다. 숨지면서도 안구를 기증해서 한 청년의 눈으로 세상에 남았다. 그에 묘는 꽃동네 안에 있다. 묘의 표지석에는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음성군은 그의 봉사·희생정신을 기려 2000년부터 품바축제를 열고 있다. 매년 5월 열리는 음성 품바축제에선 품바 움막 짓기, 품바 공연, 품바 랩 경연, 남사당패 공연 등이 이어진다.

음성군 원남면 상당리(행치마을)에 지어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생가.
원남면 상당리(행치마을)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생가를 만날 수 있다. 반 전 총장은 1944년 이곳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마을 뒷산에는 그에 부친과 조부의 묘소도 있다.

반 전 총장은 어려서부터 ‘영어 신동’으로 불렸다. 그는 충주고 3학년인 1962년 적십자사 비스타 프로그램의 한국대표 4명에 뽑혀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그는 1961년 아시아 초대이자 유엔 3대 사무총장이었던 미얀마의 우탄트에 이어 두 번째로 아시아인 유엔사무총장에 올랐다. 반 전 총장은 각종 국제분쟁지역에서 중재와 화해, 평화의 메신저라는 중책을 수행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음성군은 반 총장의 생가 터 일대 1만459㎡를 ‘반기문 평화랜드’로 조성했다. 이곳엔 반 총장 기념 조형물과 유엔본부 상징모형, 분수대, 야외무대 등이 들어섰다. 음성읍 신천리 2만2039㎡에 유엔광장과 유엔본부 미니어처, 역대 유엔사무총장 흉상, 지구조형물, 전시벽, 휴식광장 등을 갖춘 ‘반기문 기념광장’도 조성했다.

철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설치된 용광로의 모습.
음성군 제공
◆한독박물관, 철 박물관, 매괴성당 등 볼거리 풍성

한독의약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박물관이다. 한독의약박물관은 동의보감 초간본을 비롯한 보물 6점 등 유물 2만여점을 보유해 의약박물관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주요 소장품은 허준이 지은 동의보감 초간본이 대표적이다. 한독의약박물관을 포함해 서울대학교, 국립중앙박물관,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4개 기관만이 동의보감 초간본을 가지고 있다. 동의보감은 지금까지 의학 발전에 많은 영향을 준 17세기 의학서적으로 2009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높은 가치를 지닌 의약 유물이다.

고려시대에 환약을 보관할 때 쓰였던 ‘청자상감상약국명합’, 의학서적인 ‘의방유취’와 ‘구급간이방’ 등도 한독의약박물관의 자랑이다. 한국 의약 유물뿐만 아니라 국제전시실에선 중국과 일본, 티베트의 의약 자료와 외과수술 도구 등 동서양 의약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 1890년대 독일 약국을 그대로 재현한 모형도 볼 수 있다.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한 영국의 세균학자인 플레밍 박사의 연구실을 동일하게 복원해 놓았다. 관람객들은 운이 좋으면 의약기구 만들어보기와 혈액형 알아보기, 소화제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할 수 있다.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연결되는 감곡면에는 충북 최초로 건립된 성당이 있다. 1896년 프랑스 신부인 임가밀로는 이 성당을 건립하면서 문맹퇴치를 위해 매괴학교를 설립하는 등 일본 식민지에서 억압받는 청년들과 아이들에게 민족의식을 심어주었다.

철박물관도 음성의 자랑이다. 2000년 7월 동국제강 창업자 상속인들이 생활 속의 철을 널리 알리기 위해 철 전문박물관으로 개관했다. 수장고와 작업실, 연구실, 도서실을 갖추고 있으며 실내 전시장은 철의 탄생, 철의 제조, 생활 속의 철, 철의 역사 등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있다.

음성=김을지 기자 e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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