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외교 멘토로 알려진 문 특보의 발언은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6·15 기념식 축사와 맥락이 닿아 있어 파문이 커진다. 문 특보가 방미 전에 만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문 특보의 얘기를 개인적 아이디어 차원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일각에선 문 특보가 여권과 사전 조율을 거쳐 의도적으로 발언한 게 아니냐는 추론까지 나온다. 정 실장을 비롯한 정부 외교라인이 문 특보 발언 파문에 일정 부분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청와대는 문 특보와 함께 통일외교안보 특보로 임명된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이 특보직을 고사하겠다는 뜻을 밝혀 해촉 절차에 들어갔다고 한다. 홍 전 회장은 지난달 21일 미국 특사로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던 길에 특보 임명 소식을 듣고 “처음 듣는 말이며 당혹스럽다”고 했다. 곧이어 특보직 고사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서야 해촉 절차를 밟는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 특보라는 중책의 인선이 이렇듯 주먹구구식이니 문 특보도 시기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언을 쏟아내는 게 아닌가.
문재인정부의 대북·대미 정책은 한마디로 난맥상이다. 외교전략 구상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외교라인 핵심 인사들은 미국 등 한반도 주변 4강 외교를 주도적으로 다뤄본 경험도 없다. 다음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외교안보 폭탄’으로 불리는 문 특보를 교체하고 외교라인을 신속히 정비해야 한다. 어제 취임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어깨가 무겁다. 강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외교장관 회담을 추진 중이다. 양국 관계의 불씨를 끄고 대북정책 구상 등을 조율하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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