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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법무장관 후보에서 사퇴한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에게는 쓰린 상처에 소금 뿌리는 얘기다. 법무장관에 그야말로 제격이라는 말이 있었다. 순간의 실수를 처벌하는 길만이 능사가 아님을 몸소 경험해서란다. 시중의 당혹감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는 42년 전 짝사랑하던 여자와 몰래 혼인신고를 하고서도 처벌받지 않았다. 그 시절 경력상 빨간 줄은 주홍글씨였다. 그의 아들은 고교 시절 여학생을 남학생 기숙사에 불러들인 불미스런 일에 연루되고서도 선처를 받아 퇴학 처분을 면했다.

안 명예교수가 학교 측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증거는 없다. 애간장이 타는 아비 심정으로 보냈을 탄원서 한 통이 있었을 뿐이다. 49살 늘그막에 얻은 귀한 아들이었으니…. 자성의 기회를 얻은 아들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서울대에 들어갔다. 문제는 그 기회가 누구에게나 균등하게 주어지고 있느냐다. 피해 여학생은 전학을 갔다. 그 학교에서는 올해 여자 화장실에 휴지를 가지러 들어간 남학생이 퇴학 처분을 당했다고 한다. ‘내 아들에게는 기회를 줄 수 있었을까?’ 범부들이 느끼는 상실감이다.

학종은 학생이 학교에서 생활한 기록만을 가지고 입학 여부를 판단하는 전형이다. 수능 점수로 학생을 줄 세우지 않는다. 대학 측은 성적만이 아니라 학생부의 다양한 활동 기록을 통해 발전 가능성과 전공 적합성을 판단한다. 학생부 반대론자들은 신뢰성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학생부 기록이 풍부해지려면 교사가 열성을 갖고 기록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관심이 집중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들은 오히려 과거 학력고사 방식이 훨씬 공정하다고 주장한다.

한때 시험제도는 우리 사회에서 신분 상승의 주요 통로였다. 사법고시와 행정고시, 외무고시가 그랬다. 김동연 부총리와 조재연 대법관은 가난 속에서 고교 졸업 후 은행에 취직했다가 각각 행시와 사시에 합격해 ‘덕수상고 성공신화’를 썼다. ‘시험 기계’만을 양산한다는 비난 속에 이제 각종 시험은 사라지는 추세다. 2013년 외시에 이어 사시가 다음주 2차 시험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시험제도가 없어지더라도 기회의 사다리만은 사라지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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