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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공정위, 국민 신뢰 회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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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19 23:35:49 수정 : 2017-06-19 23: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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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정권 9년간 공정거래위원회는 ‘암흑기’였다. 이명박 정권은 출범 전부터 ‘기업 프렌들리’를 외치며 공정위를 차관급으로 격하하려 했다. 2011년 김동수 위원장은 “공정위는 물가기관”이라며 정권과 코드 맞추기에 급급했다. 심지어 “공정위가 물가기관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은 색출해 인사조치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공정위 직원들 사이에서는 “물가기관이 무슨 시장의 감시견 역할을 하냐”는 자조가 나왔다.

박근혜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경제민주화의 주무부처였지만, 허울뿐이었다. 시장은 믿지 않았고, 공정위 스스로도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공정위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 정권에서는 공정위가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안용성 경제부 차장
그동안 공정위는 ‘개점 휴업’ 상태였다. 사실상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방법으로 공정위는 불공정한 시장을 방치했다.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처분 결정이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 해소 방안으로 ‘친기업적인’ 조치를 취한 셈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전말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공정위는 압수수색을 당했고,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검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공정위를 향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을 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정위의 위상은 극적으로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조직 가운데 첫 번째로 김상조 공정위원장을 내정했다.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지연되자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정도로 힘을 실어줬다.

김 위원장 취임 후 공정위는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다. 재벌 개혁도, 골목상권 보호도, 심지어 치킨값 인하까지 모두 이뤄질 것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김상조 올마이티(Almighty)’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대부분의 정부 정책이 그렇듯 잘한 일은 묻히고, 잘못한 일은 크게 드러날 게 뻔하다. 재벌은 또 다른 편법을 찾아내려 할 테고,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한 골목상권 보호도 근본적으로 먼 이야기다. 시장가격 결정은 오롯이 기업 몫이다.

김 위원장도 이 같은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 “공정위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고 질책도 크다고 생각한다. 이 괴리가 계속된다면, 공정위에 부여된 시대적 책무를 다하기 어렵다”고 했다.

시장은 달라지지 않는다. 공정위원장 한 명 바뀌었다고 시장이 흔들리거나 변화한다면 그것도 문제다. 정권이 바뀌거나 새로운 위원장이 오더라도 시장의 역동성은 계속돼야 한다. 김상조 체제의 공정위는 그동안 부작위 상태였던 법과 제도, 시스템을 정비해 제대로 작동하게 할 뿐이다. 그것이 문 대통령이 말한 ‘과정은 공정하게’의 시작이다.

김 위원장은 저서 ‘종횡무진 한국경제’에서 “국가 개입의 현실적 수단인 관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썼다. 이제껏 공정위를 향한 국민의 시선도 마찬가지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관료의 밖에서 비판 목소리를 높여왔다. 비판뿐만 아니라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김 위원장은 스스로 신뢰하지 않는 집단을 이끌게 됐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된 김 위원장이 공정위를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관료집단으로 탈바꿈시키길 기대한다.

안용성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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