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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칵 쏟아지는 눈물은 삶의 사리같은 존재

입력 : 2017-06-19 13:59:01 수정 : 2017-06-19 14: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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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방울 형상화 하는 김화언 작가
눈물은 우리에게 어떤 색깔로 자리해야 할까. 최근 갤러리 도스에서 ‘삶,그 흔적’을 주제로 전시를 연 김화언 작가의 작품은 눈물의 의미를 형상화 해 주목을 받았다. 불치병으로 25살의 짧은 생을 마감한 키토아야의 투병일기 ‘1리터의 눈물’을 떠올리게 해주는 전시였다.

15살 소녀 아야는 등굣길에 무릎에 힘이 풀려 그대로 엎어져 버린다. 병원에서 불치병 진단을 받고 소녀는 이렇게 일기에 썼다. “이 병은 왜 나를 택했을까? 운명이라는 한마디 말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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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하고 싶은 현실에 소녀는 눈물 속에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다른 장애인 친구들을 만나고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가족과 친구를 보면서 소중한 이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기로 마음먹는다. 이제 아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병에 걸린 운명을 탓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불편한 몸이지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해질까?’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답을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일기장을 희망과 행복으로 채워 나간다.

“넘어지면 어때 / 다시 일어나면 되잖아 / 넘어진 김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렴 /푸른하늘이 오늘도 저 위에 끝없이 펼쳐져 / 미소 짓고 있는 게 보이지 않니 / 너는 살아 있단다.”

김화언 작가에게도 눈물은 삶의 소중한 결정체다. 잔잔한 일상의 반복과 치열한 허우적거림. 그 속에서의 작은 떨림과 소중한 순간들의 기억들.그리고 그 흔적들을 눈물로 표출됐다. 자신도 모르게 왈칵 쏟아지는 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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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부터 물이 차오르는 꿈을 꾸다가 일어나는 악몽을 꾸던 때가 있었다. 이제 더는 악몽을 꾸지는 않지만 두려움과 안타까움, 슬픔과 탄식이 우리를 지배했던 시간은 잊을 수가 없다. 그즈음에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을 떠나보내고 나서는 그저 슬픔과 우울함이라는 감정이 나를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었던 것 같다. 햇빛이 너무 좋아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너무 좋아도 눈물이 났다. 마음에 떠오르는 기억 하나하나가 눈물이 되었고, 기억할 수 없는 것들은 후회가 되어 눈물이 났다. 이제는 모두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가지만, 그때 그 감정들은 가슴 속에 맺혀 흔적을 남긴다. ”

그래서 누군가는 눈물은 삶의 보석이라 하지 않았던가. “작업하는 시간은 일상을 되새김질하는 시간이다. 작은 기억들을 하나하나 되짚어가면서 삶의 궤적을 쫓는다. 그것들은 잡다한 사물들의 모습으로, 혹은 누군가의 얼굴로 그려졌다가 무수히 반복되는 흔적들로 자리 잡았다. 나도 모르게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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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 예중고 출신인 김화언 작가는 성신여대 서양화과와 서강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건국대 텍스타일디자인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에 있다. 유화와 섬유,인문학을 버무린 작업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나의 물방울작품은 보석같은 삶의 눈물방울이라 할 수 있다.” 그가 긍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희망이다. 

편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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