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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정인 특보, 한·미 ‘외교 불씨’ 키우기로 작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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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19 01:09:37 수정 : 2017-06-19 01: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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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첫 정상회담 앞두고
현안 풀기는커녕 갈등 부추겨
외교·안보 관련 언행 신중해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동맹이 깨진다는데 그게 무슨 동맹이냐”고 했다. “사드가 동맹의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막말에 가깝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과의 합동군사훈련과 전략 자산 축소를 논의할 수 있다”고도 했다. 앞서 14일에는 “사드를 배치하든 안 하든 미국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했다.

문 특보는 학자적 견해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했지만 사드 배치 연기에 불만을 품은 미 정부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은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닐 것”이라고 미묘한 반응을 내놨다.

문 특보의 발언은 여러모로 부적절하다. 한·미 정상회담을 열흘여 앞둔 시점에서 사드 문제로 균열 조짐을 보이는 양국 관계를 풀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의 불씨를 지핀 꼴이기 때문이다. 사드는 한·미동맹의 상징처럼 변해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한반도를 지키고, 주한미군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방어망인 까닭이다. 딕 더빈 미 상원의원은 문 대통령과 만나 “한국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 예산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고 하고, 백악관 대변인은 “사드는 미국에 대단히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사드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사드 철회를 위한 유예라면 한·미동맹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했다.

한·미 군사훈련 축소를 거론한 그의 발언 역시 북한의 무차별 도발을 외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새 정부 들어 벌써 5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도 코앞에 두고 있다. 어제는 북한의 동창리 위성발사장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사실이 포착됐다. ICBM 발사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도 한다. 이런 마당에 문재인 대통령은 6·15남북공동선언 기념일을 맞아 남북대화를 강조하고 특보는 바깥에 나가서 군사훈련 축소라는 당근을 뿌리고 다니니 될 법이나 한 일인가.

한·미 정상회담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풀기 힘든 난제가 수두룩하다. 사드 갈등 봉합은 물론이거니와 북한과의 대화 전제 조건 조정부터 쉽지 않은 문제다. 우리 정부는 ‘핵·미사일 도발 중단’을 대화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반면 미국은 ‘비핵화’ 전제를 바꾸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에 대한 석유 공급 중단을 중국과 협의할 정도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어깃장 놓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며 한·미동맹이 다져지기를 바랄 순 없다. 한·미 정상회담도 꼬일 가능성이 있다. 국가안보를 공고히 다지기 위해서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문 특보를 비롯한 정부 외교안보 라인은 자신의 입에 국익이 걸렸다는 사실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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