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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수족관 돌고래 ‘장꽃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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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18 21:36:34 수정 : 2017-06-18 21: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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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장생포 고래생태관에 사는 18살 암컷 큰돌고래 장꽃분이 며칠 전 새끼를 출산했다. 수컷인 고아롱과의 사이에서 새 식구가 생긴 것이다. 경사스러운 일이지만 직원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장꽃분은 2014년 3월과 2015년 6월 두 차례 출산했지만 수족관에 적응하지 못해 새끼들이 폐사했기 때문이다. 생태관 측은 다시 비극이 반복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큰돌고래는 새끼가 젖을 먹을 때 10km 이상을 이동하는 습성이 있는 데다 다른 어미들이 도와주는 ‘공동 육아’를 한다. 수족관에는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아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내 전시·체험관에서 확인된 출산만 20여 차례지만 생존한 2세 돌고래는 3마리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4월에는 롯데월드몰 아쿠아리움에서 관람객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던 5살 벨루가(흰고래)가 패혈증으로 죽었다. 아쿠아리움 측은 평소 감기 등 잔병치레가 많은 ‘약골’이었다고 했지만 수족관 스트레스가 주된 이유라는 게 동물보호단체의 주장이다. 아쿠아리움은 측은 당시 비난 여론을 의식해 고래 추가 반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수족관에서 해방돼 바다로 돌아간 ‘운 좋은’ 녀석들도 있다. 지난달에는 서울대공원에서 사육 중이던 금등이와 대포가 제주 바다로 돌아갔다. 1997년과 1998년 불법 포획돼 수족관에 갇혀 지낸 지 20년 만의 귀향이다. 2013년 7월 박원순 서울시장과 동물보호단체의 노력으로 불법 포획된 제돌이와 춘삼이를 놓아보낸 것을 시작으로 2015년 복순이와 태산이가 방류되는 등 7마리가 자유를 찾았다. 안타까운 얘기도 전해진다. 서울대공원의 큰돌고래 태지가 최근 이상행동을 보인다고 한다. 수년간 함께 지냈던 금등과 대포가 떠난 후 홀로 된 외로움에 목적 없는 반복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사육사들이 전한다. 이별이 힘든 건 고래도 마찬가지다.

전국의 수족관에는 태지와 같은 처지의 고래가 38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도 전시·공연을 위한 수족관을 없애고 돌고래 쇼를 중단하는 세계적 추세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세 번씩이나 새끼를 잃을 위기에 처한 돌고래 장꽃분의 가혹한 운명이 계속돼선 안 된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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