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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닮은꼴 입단 동기… ‘궁중무희의 삶’ 춤으로 풀다

입력 : 2017-06-18 21:11:53 수정 : 2017-06-18 21: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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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의 신진 무용극 ‘리진’ 주역 맡은 이요음·박혜지 “국립무용단에 동기로 들어와서 큰 무대에 같이 캐스팅돼 영광이에요. 이런 기회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어요.”(박혜지)

“힘들 때마다 이런 얘기 하면서 힘내자고 해요. 우리가 같이하는 것만도 대단한 일이라고 하면서요.”(이요음)

입단 3년차, 국립무용단 차세대 무용수 두 명이 한 작품에서 나란히 주역을 맡는다. 긴 팔다리, 단아한 이목구비가 닮은 이요음(27)·박혜지(28)다. 이들은 국립무용단이 5년 만에 새로 내놓는 무용극 ‘리진’에서 각각 리진과 도화를 연기한다. 무용극은 말 그대로 서사를 춤으로 푼 장르다. 국립무용단에서는 2012년 ‘그대, 논개여’ 이후 신작 무용극이 없었다. 게다가 ‘리진’은 지난해 임명된 김상덕 예술감독이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난 두 사람은 “리진의 내면을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한국무용을 이끌 차세대 기대주 박혜지(오른쪽)·이요음이 신작 무용극 ‘리진’에서 나란히 주역을 맡는다.
국립무용단 제공
“그간 무용단에서 전통의 현대화를 계속 시도해왔잖아요. ‘리진’ 역시 한국적인 걸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어요. 독특하고 신선한 장면들도 있답니다.”(이요음)

“지금은 무용단이 새로운 시도를 하며 발전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무용극하면 옛것이란 편견이 있잖아요. ‘리진’은 시대 변화에 발맞춘 새로운 무용극이 될 거예요.”(박혜지)

리진은 1890년대 초 조선에 주재한 프랑스 공사 이폴리트 프랑댕이 쓴 ‘앙 코레’(1905)에 등장하는 궁중무희다. 대중에 알려진 건 김탁환(2006)·신경숙(2007)의 소설을 통해서다. 무용극은 소설과 다르게 각색됐다. 리진과 도화는 어릴 때부터 우정을 나눠온 궁중무희다. 이들을 관리하는 권력자 원우는 리진에게 은근히 집착한다. 프랑스 공사 플랑시가 조선에 부임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그를 맞는 연희에서 플랑시는 리진에게 첫눈에 반하고,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신세계로 이주한다. 그러나 리진을 쫓아 프랑스로 건너온 도화와 원우로 비극적 최후가 뒤따른다.


무용극이다보니 두 사람은 연습에서 춤 못지않게 표정과 몸짓에 집중하고 있다. 자연스런 연기를 위해 서로 가상 대화를 만들 정도로 고심 중이다. 박혜지는 “춤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건 차라리 쉬운데 마임이나 연기에서 어색함을 떨쳐내는 게 숙제”라고 토로했다.

극 중 리진은 순수하고 착하며 친구를 믿고 의지하는 인물이다. 이요음은 “조선 후기에 사랑 하나 믿고 타국에 갈 용기를 냈다는 점에서 멋있고 매력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반면 도화는 전형적인 팜므파탈이다. 박혜지는 “욕심이 많고 인정 받으려는 욕구도 강한 인물”이라며 “째려보느라 눈이 아플 정도로 연기에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삶에서 표출하지 못하는 감정들을 도화를 통해 강하게 내비칠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했다.

리진과 도화처럼 두 사람도 어릴 때부터 한국무용 한 길을 함께 걸었다. 이들은 2년 차이로 예원중학교, 서울예고,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다. 2014년에 국립무용단 정단원이 된 것도 똑같다. 이요음은 어린 시절 박혜지에 대해 “잘하는 언니들 중에서도 돋보였고, 춤추는 게 너무 이뻐서 넋놓고 볼 때가 많았다”고 떠올렸다. 박혜지가 기억하는 이요음은 “잘해서 자연스럽게 눈이 가고 어린 나이에도 감성 표현이 되게 뛰어난 친구”였다.


극 중에서 도화는 늘 리진을 돕는 강한 친구지만, 리진이 자신을 제치고 주역을 맡자 질투한다. 이후 우정과 시기심 사이를 오가게 된다. 리진·도화의 관계 변화는 경쟁과 오디션이 필수인 현대 무용인들과 닮은 점이 많다. 그러나 두 사람은 “주역이 안 됐다고 서운해할 나이는 지났다”며 웃었다.

“다른 이의 춤을 보며 배울 수 있는 게 많아요. ‘나도 저렇게 하면 나중에 더 좋은 기회가 오겠지’ 생각하게 돼요. 의욕도 더 생기고요. 1, 2년 하다 그만두는 게 아니라, 무용 인생이 길잖아요. 당장 이걸 못했다고 조바심 내면 안 된다고 봐요.”(이요음)

“어릴 때는 ‘나도 저거 잘할 수 있는데, 내가 뭐가 부족해서’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지나고 보니 각자 맞는 역할이 있는 거였어요. 질투하고 끙끙 앓고 연습 때마다 기분이 안 좋은 게 오히려 악영향인 걸 알게 됐죠. 다 내려놓고,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박혜지)

‘리진’과 달리 두 사람은 무용단 입단 후 절친한 동기로 지내고 있다. 이요음은 “요즘 점심시간이건 쉬는 시간이건 항상 같이 있으면서 끊임없이 작품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박혜지는 “리진·도화와 자라온 환경이 비슷해 역할에 이입하기도 자연스러웠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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