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설] 웜비어로 들끓는 미국… 자국민 억류에 입 닫은 한국

관련이슈 사설

입력 : 2017-06-16 23:24:57 수정 : 2017-06-16 23:24:5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식물인간 상태로 송환된 데 대해 미국이 들끓고 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미국 시민에게 위해를 가한 데 대해 반드시 벌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미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는 북한인권법 재승인법안과 대북 정보유입 확대 법안을 통과시켰고, 미 정부는 북한여행 금지 조치를 검토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웜비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했고, 웜비어의 고향 주민들은 나무에 청색·백색 리본을 매달고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대통령 지시로 웜비어 석방을 위한 조용한 외교를 했다”며 “우리는 우리 사람을 데려오기를 원한다”고 했다. 웜비어 송환을 위해 방북한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북한에 붙잡혀 있는 한국계 미국 시민권자 3명을 면담했다. 이처럼 미국이 북한 억류 미국인 문제를 중시하기 때문에 추가 송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북·미관계는 더욱 경색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북·미관계 정상화를 논의할 수 있다고도 했다. 대화 전제조건을 ‘비핵화’에서 ‘도발 중단’으로 완화하면서 포괄적 협상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웜비어 사건으로 미국의 북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대북 대화 의지를 밝힌 게 적절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미 간 조율을 거쳤는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통일부는 민간단체의 대북접촉을 대거 승인하고 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6·15 17주년을 맞아 개성공단 정상화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의 노력을 기대한다”고 했다.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 기류와 상당한 온도 차가 느껴진다. 우리만 북한과의 대화에 매달리는 꼴이다. 이달 말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동맹 균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작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에 대해선 아무런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은 선교사 3명과 탈북자 3명이다. 정부는 남북한 당국회담에서 북측에 문제 제기를 했다지만 성과가 없다. 인권을 중시한다는 문재인정부가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의 송환 문제를 공식 거론하지 않는 건 이율배반이다. 국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의 기본 책무임을 망각해선 안 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