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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스트롱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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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15 21:45:00 수정 : 2017-06-16 01: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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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정상회담·G20 정상회의서
스트롱맨들 만나게 될 文 대통령
부드럽지만 강단 있는 모습 보여
‘거래 가능한 사람’ 인식 심어야
국제정치에서 스트롱맨(Strongman)은 이름 그대로 독재자나 마초 지도자를 말한다. 스트롱맨은 일반적으로 언행이 거칠고 자국 국익만 고집하는 모습을 보인다. 2017년 현재 대표적인 스트롱맨으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를 들 수 있다.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위원장도 이 범주에 해당된다.

트럼프는 어린 시절 반항아였고, 문제아로 겉돌아 지금도 관심과 인정 받기를 갈구한다. 뉴욕군사학교에서 지낸 트럼프는 권위에 대한 강한 동경을 갖고 군 출신을 참모진에 다수 임명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TV쇼 진행과 부동산회사 경영 경험은 현재 그의 국가운영과 대인관계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푸틴은 수줍은 미소와 상반신 근육질 몸매의 이중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국익을 위해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지역을 무력 합병하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아베는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하고 지능적이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목표를 한칼에 베고 만다. 시진핑은 얼굴이 판다처럼 웃고 있지만 눈매는 웃지 않는다. 생각이 분명하고, 결정하면 밀어붙인다. 통 크게 줄 것은 주지만 뒤끝도 작렬한다. 김정은은 혈기 방자하다. 권력을 위해 이복형이든 고모부든 제거하는 냉혈한이다. 욱하는 성격이라 언제든지 사고를 칠 수 있다.


황재호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 정치학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과 전혀 다른 유형의 지도자이다. 겉으로 보면 문 대통령은 스트롱맨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들 스트롱맨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의미의 스트롱맨이 돼야 한다. 삼국지의 제갈공명은 저서 ‘장원’에서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제압할 수 있어야 진정한 리더’라고 쓰고 있다. 부드러움은 연약함이나 비굴함이 아니다. 강함은 고집을 피우거나 억압하는 것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예를 갖추되 원칙을 견지하고 강단 있게 결단을 내리는 리더십이어야 한다.

6월 말 첫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7월 초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린다. 한반도에 영향력을 가진 주요 강대국의 스트롱맨을 모두 만나게 된다. 얼마 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기선 제압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강하게 악수했는데 이를 의식할 필요가 없다. 스트롱맨들 간 악수와 웃음은 양자 간 화학적 결합보다 상호 이익이 결합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중국의 실용주의와 관시(關係) 중시에 100% 맞는 사람이다. 시진핑은 트럼프 일가의 중국 내 사업 특혜로 ‘신형대국관계’(중국과 미국은 대등한 대국 관계라는 뜻)를 수립하고 있다. 아베와 트럼프는 미·일 간에 대립할 만한 이슈도 없었지만, 아베는 미국에 수조원대의 투자 선물을 안기면서 미·일 동맹을 굳히고 있다.

트럼프는 한국의 경제 규모이면 어느 정도 미국에 기여할 수 있을지, 어느 정도가 적정선인지 벌써 계산을 끝냈을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무역정책은 국익과 사익이 혼재된 트럼프 우선 정책이나 다름없다. 트럼프에 이익이 되는 미국의 국익과 거래해야 효과가 클 듯하다. 트럼프의 대선 지지표와 연관있는 산업과 지역에 투자하고, 수입을 늘리면 좋을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부분적 보완이 필요하다면 트럼프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분야를 반영하면 어떨까 싶다.

비즈니스맨에게 젠틀맨은 좋은 사람일 수는 있어도 좋은 고객은 아니다. 무엇인가 이익을 주는 사람이 더 좋고 고마울 것이다. 첫 만남에서 문 대통령이 향후 합리적으로 거래가 가능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엔 약간 손해 보는 느낌이 들지라도 ‘질량보존의 법칙’처럼 총량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으면 될 것이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으로 스트롱맨이다.

황재호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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