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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다 스윈턴 "봉 감독은 나의 우상···옥자는 메시지보다 태도"

입력 : 2017-06-14 13:54:50 수정 : 2017-06-14 13:5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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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가 주는 피로감이 있죠.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대에 사는 피로감이요. 우리나 동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파괴되지 않는다는 걸 미자와 옥자가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봉준호(48) 감독은 14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영화 '옥자' 기자회견에 참석, 이같이 말했다.

이날 자리에는 봉 감독과 함께 주연 배우인 안서현·틸다 스윈턴·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스티븐 연·변희봉·대니얼 헨셜 등이 자리했다. 이들은 각자 '옥자'에 관한 다른 생각들을 내놨다.

슈퍼돼지 '옥자'를 지키기 위해 뉴욕 맨해튼까지 날아가는 '미자' 역의 안서현은 "영화에서 보여주는 식량난은 실제 우리에게 닥칠 일이다. 그런 위기를 우리 힘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옥자를 납치하는 미란도 기업의 CEO '루시 미란도'를 맡은 틸다 스윈턴은 "'옥자'는 메시지이기보다는 하나의 태도"라고 했다. 스윈턴은 "나이와 무관하게 우리가 성장할 때, 사랑도 신뢰도 포기할 이유가 없고, 거짓말을 해야 할 이유도 없음을 옥자와 미자가 보여준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아도 됨을 그들이 말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삶을 되돌아봤다고 말한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는 "'옥자'는 정의와 매혹의 영화"라며 "용기와 헌신과 신뢰와 의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했다.

'옥자'는 산골 소녀 미자와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슈퍼돼지 옥자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작품이다. 옥자가 그를 탄생시킨 다국적 식품 업체 미란도에 의해 미국으로 납치되자, 미자가 옥자를 구출하기 위해 뉴욕으로 날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지난 12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국내 첫 공개된 '옥자'는 치밀한 설정과 구성으로 잘 알려진 봉 감독의 작품답게 공개 직후부터 갖가지 이야기를 낳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 속 동물과 인간의 관계, 그 안에서 충돌하는 각 이익 집단들, 사랑하는 대상을 지키려는 미자와 옥자의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놨다.

극 중 동물보호단체 ALF의 일원인 '블론드'를 맡은 대니얼 헨셜은 "희망의 이야기다. 그건 인류에 대한 희망이다. 우리 세계는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정치·사회적으로 어둡지만, 이 작품이 어둠보다는 빛을 택하는 데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했다.

봉 감독은 전작인 '설국열차'(2013)에 이어 이번 작품 또한 다국적 프로젝트로 진행했다. 미국 회사인 넷플릭스가 투자했고, 한국 촬영 때는 한국 스태프와 뉴욕 촬영 때는 그곳 스태프와 일했다. 스윈턴은 스코틀랜드 출신 배우이고, 스티븐 연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그걸 영화로 만들 뿐"이라고 했다. 봉 감독은 "다국적 기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이런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언제나 스토리가 우선이다. '설국열차'도 마찬가지다. 인류 생존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니까 당연히 외국배우들과 일을 해야 했다. 영화 만드는 건 어디서나 비슷하고, 언어는 의사소통 수단일뿐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미 세계 문화는 모두 뒤섞여 있다"고 했다.

봉 감독과 '설국열차'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스윈턴은 "봉 감독은 나의 우상이다. 나의 형제다. 어떤 영화인들은 너무 쉽게 일반화해 작품을 만든다. 그러나 봉 감독은 그렇지 않다. 그는 영화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우주적인 영화인 '옥자'를 고향인 한국에 전달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13살 소녀 미자다. 그의 영화에는 언제나 소녀와 여성이 중요했다. 전작인 '설국열차'도 그랬고, '괴물'(2006)도 다르지 않았다. '마더'(2009)는 모성을 다룬 작품이고, '살인의 추억'(2003)은 소녀의 죽음이 사건을 결정적으로 진전시킨다.

봉 감독은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소녀들이 강인할 때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암컷인 옥자, 옥자의 보호자로서의 미자, 옥자를 납치하는 여성 CEO 루시라는 설정은 이야기를 엮어가면서 자연스럽게 탄생했다. 특별히 여성주의적 관점이 담긴 건 아니다. 소녀가 다른 동물과 교감하는 그 아름다움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봉 감독과 네 편의 작품을 함께한 배우 변희봉은 "옥자가 바로 봉준호 감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옥자에게는 표현할 수 없는 따뜻한 감정과 미소가 있다"며 "봉 감독 또한 그렇다. 훌륭한 감독이다. 옥자가 봉준호인 게 확실하다"고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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