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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칼럼] 문 대통령이 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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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13 00:02:25 수정 : 2017-06-13 00: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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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경험 바탕으로 연착륙 / 허니문 기간 끝나가는 시점 / ‘무엇을’보다 ‘어떻게’에 집중해야 / ‘실천적 지혜’ 발휘할 때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다음날 곧바로 취임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다행히 전임 대통령 탄핵에 따른 반 년간의 국정 공백을 안정적으로 메워가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 노력은 특유의 소탈함과 맞물려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국정운영 지지율은 80%를 넘나든다. 연착륙하는 모양새다. 노무현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국정시스템을 익힌 경험을 바탕으로 집권 초기 플랜을 세워놓은 덕분에 혼란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다소 우려스러운 대목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국방부의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 보고 누락에 격노한 데 이어 지난 8일 북한이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격분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통령의 언행은 정치적 메시지일 수밖에 없다. 정치적 계산이 담겼는지 모르지만, 메시지는 목적과 내용이 명료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청와대 측이 굳이 공개해야 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소통은 개인의 소통이 아니라 국정시스템의 소통이어야 한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이제 허니문 기간이 끝나가고 있다. 청년실업, 저출산·고령화, 사회 양극화 등 복잡하고 구조적인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북한은 매주 미사일 도발을 벌이는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사드 배치를 둘러싼 외교안보 줄타기는 아슬아슬하다. 1년 앞으로 다가온 개헌 국민투표를 준비하는 일도 숱한 갈등 요인이 잠복해 있는 난제다. 여소야대 국회에선 장관 후보자 인준 등을 놓고 갈등이 불거진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내달 초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야 협의에 불참하면서 대치 전선을 넓혀가고 있다.

새로운 사태 전개는 아니다. 예상했던 일이다. 문 대통령도 각오했을 것이다. 국정 전반의 개혁을 추진하려면 국민 지지만이 아니라 국회 입법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야당의 협력은 필수다. 문 대통령은 소통 노력을 넘어 어떤 방식으로든 협치를 하면서 원만하게 국정을 이끌어가야 한다.

문 대통령은 2011년에 펴낸 책 ‘문재인의 운명’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는가?’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정권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았을 때,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빈틈없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매사 도덕적일 뿐 아니라, 능력 면에서도 최고의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 이어 “지금 우리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라며 통합과 연대를 통한 국정운영 동력 확보를 이야기했다. 올바른 문제의식이다. 지금도 유효하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정치가가 지녀야 할 미덕으로 프로네시스(phronesis), 즉 ‘실천적 지혜’를 꼽았다. 테오리아(theoria·이론적 지식)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실천적 지혜는 사람에게 좋은 것이나 나쁜 것과 관련해 행동할 수 있는 참되고 이성적인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페리클레스나 그와 비슷한 사람들을 실천적인 지혜를 지닌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들은 자신들과 사람들에게 좋은 것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프로네시스를 “사람들 모두의 시각으로 사물을 볼 수 있는 능력”이라고 했고, 정치학자 이동수는 “정치적 인간이 한계를 인지하고 현실을 고려해 정치세계를 지도하는 정치적 지혜”라고 했다.

문 대통령에게 지금 절실히 필요한 것이 실천적 지혜다. 현실에 뿌리를 둔 실천적 지혜를 발휘해 국정운영의 성과를 도출해내야 한다. 정치 리더십은 이해관계가 충돌되는 갈등 상황을 조정하는 데서 드러나는 법이다. 그가 말한 대로 ‘무엇을’보다 ‘어떻게’에 집중해야 한다. 절차적 정당성은 사드 배치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민주주의 자체가 절차의 문제다. 국민의 박수갈채나 경이적인 국정운영 지지율을 오독하면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시간에 쫓기게 된다. 인내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국민은 ‘성공한 대통령’을 갈망하고 있음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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