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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이건 가난한 사회적 약자건
공해는 모든 사람에 골고루 영향
‘환경위기’에 부딪히지 않으려면
지구촌 주민, 빨리 대책 마련해야
김부식은 ‘삼국사기’에서 신라 아달라왕 21년(174)에 일어난 기이한 현상을 이렇게 기록했다. “하늘의 신이 화가 나서 비나 눈이 아닌 흙가루를 땅에 뿌리는 우토(雨土)를 내려 왕과 신하들이 몹시 두려워했다.” 또 ‘조선왕조실록’ 명종 5년(1549) 3월 22일자 항목에는 “한양에 흙비가 내렸다. 전라도 전주와 남원에는 비가 내린 뒤에 연기 같은 안개가 사방에 끼었으며 지붕과 밭, 잎사귀에도 누렇고 허연 먼지가 덮였다”고 적혀 있다.

두 역사 기록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국에서 발생한 황사가 한반도에 불어온 현상을 적은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네이멍구(內蒙古)나 고비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 바람이 중국을 거쳐 편서풍을 타고 서해를 거쳐 어김없이 우리나라에 불어온다. 그러나 신라시대나 조선시대에 황사는 한낱 흙먼지에 지나지 않았기에 그다지 걱정거리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무렵 황사에는 철분 성분이 들어 있어 토지를 튼튼하게 유지해 주는 순기능이 있었다.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중국이 사회주의의 깊은 잠에서 깨어나 갑자기 ‘세계의 굴뚝’ 역할을 하면서 황사에는 중금속 같은 온갖 유해물질이 함유돼 있다. 또 급격한 산업화로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황사는 규모도 훨씬 커지고 빈도도 늘어났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황사는 1년 중 봄철에 한두 번 찾아왔다 슬며시 가 버리는 불청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거의 1년 내내 찾아와 머무는 귀찮은 군손님이 돼 버렸다.

이런 황사보다도 훨씬 심각한 것이 다름아닌 미세먼지다. 2010년대 들어서는 미세먼지가 황사보다 훨씬 더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납, 오존, 일산화탄소 등을 포함하는 대기오염 물질이다. 자동차와 공장 등에서 발생해 대기 중 오랫동안 떠다니는 입경 10㎛ 이하의 미세한 먼지는 ‘PM10’이라 하고, 입자가 2.5㎛ 이하인 먼지는 ‘PM 2.5’라고 하는데 후자를 ‘초미세먼지’나 ‘극미세먼지’라고 부른다. 유해한 중금속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미세먼지로 부르기보다는 차라리 미세중금속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요즘 미세먼지를 비롯한 공해는 이제 현대인의 삶에서 아주 중요한 일부가 되다시피 했다.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하루 일과를 계획하던 일은 이제 아련한 옛 추억이 돼 버렸다.

우리는 흔히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날아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미세먼지를 두고 내 탓, 남의 탓 할 때가 아니다. 중국과 한국은 저마다 나름대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지구촌 주민들은 모두 지구 공동체라는 한 배에 타고 있다. 그러므로 공해에 관한 한 어느 누구도 공동 운명을 피해갈 수 없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사회학자 울리히 베크는 ‘위험사회’라는 책을 써서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이 책에서 그는 현대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로 환경위기를 꼽았다. 그러면서 베크는 ‘가난에는 계급이 있지만 공해는 민주적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의 말대로 빈부는 상대적 개념이지만 공해만큼은 아주 민주적이다. 풍요를 구가하며 살아가는 부유한 사람이건, 가난한 사회적 약자건 공해는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시야를 좀더 넓혀보면 제1세계 국가의 주민이건, 제3세계 국가의 주민이건 공해는 공평하게 해를 끼친다. 더 늦기 전에 온 지구촌 주민이 이마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 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지구라는 ‘타이태닉호’는 환경위기의 빙산에 부딪혀 깊은 바닷속으로 침몰하고 말 것이다.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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