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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 넘치는 작품 소극장 무대 마력 연기인생 새 힘”

입력 : 2017-06-11 21:00:00 수정 : 2017-06-11 20: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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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대학살의 신’ 무대 서는 최정원·송일국 “TV를 보며 막연하게 ‘참 따뜻한 사람 같다’ 생각했는데, 작년에 함께 공연해보니 이렇게 진국인 사람이 있나 싶었어요. 숨은 재능이 굉장히 많은 분 같아요.”(최정원)

“최정원 선배는 제 은인이에요. 뮤지컬은 저한테 꿈이었어요. 제가 노래가 돼요, 춤이 되길 해요. 그런데 선배가 저를 뮤지컬에 참여하게 해준 데다 이 작품도 추천해줘 하게 된 거예요.”(송일국)

뮤지컬 배우 최정원(48)과 배우 송일국(46)이 연극 무대에 함께 선다. 24일부터 내달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대학살의 신’에서다. 최정원은 2011년 ‘피아프’ 이후 6년 만의 연극 출연이다. 송일국 역시 ‘나는 너다’로 2010년, 2015년 무대에 오른 이래 세 번째로 관객과 만난다. 


두 사람은 지난해 6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처음 만났다. 최정원이 송일국을 이 작품에 추천했다. 최정원은 “‘나는 너다’를 보니 배우가 하나의 아이디어로 극을 쫙 이끌어가더라”라며 “안중근 의사가 살아계시다면 저렇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당시 좋은 인상을 받은 최정원은 “매일 공연해야 하는 ‘원캐스트’여도, 돈을 못 벌어도 할 것 같아” 송일국에게 이 연극을 제안했다. 송일국은 “주변에서 소극장 작품을 해보면 연기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던 참에 거짓말처럼 이 작품이 딱 왔다”고 했다.

‘대학살의 신’은 90분간 두 중산층 부부의 말다툼으로 꽉 찬 작품이다. 11살 소년 둘이 놀이터에서 싸우다 한 아이의 앞니가 부러진다. 이 일로 양쪽 부모가 모인다. 중산층답게 고상하게 시작된 대화는 어느덧 유치한 말싸움으로 번지고 결국 삿대질, 물건 던지기로 치닫는다. 킥킥 대며 웃다보면 교양이라는 가면 속에 숨은 우리 민낯을 돌아보게 된다. 영국 올리비에상 최우수 코미디상, 미국 토니상 최우수 작품·연출·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동명 영화로도 나왔다. 최정원은 남경주의 아내인 아네뜨, 송일국은 공처가 미셸로서 이지하와 부부를 이룬다. 송일국은 “작가가 진짜 천재 같다”며 “대사 하나하나가 다 의미 있고 복선이 숨어 있어 연습한 지 한달이 지난 지금도 새로 발견하곤 한다”고 전했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왼쪽)과 배우 송일국이 이달 24일부터 240석 규모의 소극장 연극 ‘대학살의 신’으로 함께 무대에 오른다.
남정탁 기자
이들은 이번에 240석 소극장에서 관객의 숨소리, 눈빛 하나하나를 느끼며 연기한다. 밑그림부터 일일이 그려야 하니 연습이 수월할 리 없다. 최정원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며 “작품에 더 깊이 들어가보자 생각하니 점점 더 미궁에 빠지고 잠도 편히 못 잤는데 이제야 잘 풀리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내년이면 데뷔 30주년임에도 “분명 ‘대학살의 신’ 때문에 다음 작품에서 ‘최정원씨가 뭔가 좀 달라졌네’ 이런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송일국 역시 고전 중이다. 그는 “훌륭한 선배들과 하면서 정말 많이 배운다”며 “스스로에게 짜증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제 전공 수업 들어가는 2학년 학부생이 박사과정생과 공부하는 느낌이에요. 나는 내 대사 하기도 죽겠는데, 다른 분들은 대본을 2주 전에 다 놓고 안 보시더라고요. 이분들은 남의 대사를 듣고 내 대사가 자연스레 나오게 하니까 작품에 대한 이해가 다르죠. 저는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있어요.”


그는 “방송은 숲은커녕 나무도 아니고 가지만 보고 정신없이 할 수밖에 없는데 연극은 대사 토씨 하나 갖고 파고드니 어려우면서도 재밌다”고 말했다. 옆에서 이를 지켜봐온 최정원은 송일국에 대해 “누가 만지면 그대로 모양이 나오는 찰흙 같다”며 “굉장히 열심히 하는 데다 남에게 피해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는 사람이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것 같다”고 평했다. 송일국 역시 “선배를 보면서 저러니까 저렇게 롱런할 수 있구나 느꼈다”고 했다.

“선배와 지방 공연까지 몇 달을 함께 있었는데, 옆 사람을 불편하게 하거나 얼굴 붉히는 걸 본 적이 없어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눈 감고도 할 수 있을텐데도 연습에 정말 열심히 나오고 후배들도 편하게 대해줘요. 제가 공연 중에 선배를 위한 깜짝 생일파티를 했거든요.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서 마련한 거였어요.”

이들은 요즘 오전 11시부터 저녁 8, 9시까지 연습실에서 보낸다. 공연 전까지 예행 연습(런)만 60, 70번을 하게 된다. 최정원은 “집보다 연습실에서 밥 먹고 얘기하는 시간이 더 많으니 무대에서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들이 고된 연습을 즐겁게 소화하는 이유는 관객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 무대가 주는 마력 때문이기도 하다.

“내 부족함을 발견하는 게 소극장 연극인 것 같아요. 나이 들어서 내 단점, 부족함을 발견하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혼자 지쳐 있을 때 동료 배우들 연기를 보면서 힘을 얻었어요. 이번에 함께 무대에 서는 멤버들이 굉장히 특별하고 참 좋아요.” (최정원)

“처음 연극했을 때 공연계 분들께 빚을 진 느낌이 많았어요. 많이 반성 되더라고요. 그리고 정말 배우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어요. 당시 보여지는 데만 치중하고… 마지막 드라마 찍고 힘들었을 때 딱 연극을 한 거거든요. 하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느꼈어요. 무대에 섰을 때 희열은 아, 그건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이번 무대도 기대해주세요.”(송일국)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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