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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낙원’ 이미지에 가려진 하와이 원주민의 아픈 역사

입력 : 2017-06-10 03:00:00 수정 : 2017-06-09 2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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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50번째 주(州)인 하와이는 누구나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어하는 여행지다.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섬의 이국적인 풍경은 하와이가 주는 전형적인 이미지다. 그러나 정작 이곳에 사는 원주민들은 이런 모습이 불편하기만 하다.

원주민 출신의 하우나니-카이 트라스크 하와이대 명예교수는 신간 ‘하와이 원주민의 딸’에서 화려한 이미지 속에 가려진 하와이의 아픈 역사를 드러낸다.

유럽의 탐험대가 하와이 땅을 처음 밟은 것은 1778년의 일이다. 이때부터 하와이에는 외부인의 손이 닿기 시작했다. 1850년대는 주권을 유지하려는 하와이 왕조와 높은 미국의 관세를 피하고자 미국과의 합병을 주장하는 설탕 플랜테이션(값싼 원주민 노동력과 구미의 자본·기술을 결합한 농업 방식) 경영자들의 갈등이 빚어졌다. 갈등 끝에 하와이가 혼란에 빠지자 미국 군대가 ‘질서 회복’을 명분으로 하와이에 상륙했다. 결국 1893년 하와이 왕조는 미국에 권한을 이양했고 하올레(백인을 뜻하는 하와이어) 임시정부가 수립된 뒤 1898년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 때 최종적으로 하와이가 미국에 합병됐다.

저자는 합병 이후 하와이의 문화가 사라지고 원주민이 주변인으로 밀려나는 현실을 고발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관광지화다. 원주민들은 관광객에게 ‘살아 있는 공예품’처럼 소비된다. 훌라에 대해서는 ‘심원하고 복잡한 종교적 의미를 표현하는 고대로부터의 무용이었지만, 지금은 멍하니 입 벌린 관광객을 상대로 이국적 정서를 팔아먹는 현란한 춤이 되어 버렸다’고 비판한다.

하와이는 군대와 핵 항공모함을 파견하는 군사 전초기지이기도 하다. 거주자의 5분의 1이 군인과 그 가족으로, 지역 민간인과 군인 간의 갈등도 심각하다. 그러나 휴양을 위해 하와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원주민의 현실은 관심 밖의 사안이다.

‘지상 낙원’의 미명 아래 가려진 하와이의 이면을 보여준 저자는 하와이의 주권 회복을 주장한다.

권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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