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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지구 미래 볼모 잡은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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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05 21:37:57 수정 : 2017-06-05 21:3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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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한 후 혼란이 커지고 있다. 파리협정 이행에 가장 적극적이던 미국이 빠진 자리를 중국이나 유럽연합(EU), 인도 등의 국가가 대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파리협정 규정상 미국이 공식적으로 탈퇴할 수 있는 시기는 2020년 11월 대통령 선거 직후다.

그렇다고 파리협정의 보편적 가치가 쉽게 무너질 것 같지는 않다. 인류가 처한 상황이 심각했고, 많은 국가가 절박함을 용인한 결과물이 파리협정이다. 지구온난화로 태평양 한가운데 섬나라가 물에 잠기고, 매년 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건 뉴스거리도 아니다.


정재영 국제부 차장
어떤 현상에 대한 원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 과학자들이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온실가스 증가를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추정’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이유다. 이를 뒤집을 만한 연구결과가 나온 적 없기에 보편적 진실로 굳어지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믿지 않는 듯하다. 그는 기후변화 정책에 적극적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선이 결정된 다음날인 2012년 11월7일 “지구온난화는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중국인들이, 중국인들을 위해 만든 개념”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그는 하지만 지난해 9월 첫 대선후보 TV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이 문제를 지적하자 “그렇게 말한 적 없다”고 발뺌했다.

그의 인식은 ‘기후변화는 미신에 가깝다’는 공화당 당론에서 기인했다. 오바마 정부 시절 환경보호청(EPA)이 탄소배출 규제안을 내놓았는데, 공화당은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며 거부했다. 하지만 기후변화를 인정하는 공화당 지지자 비율은 2015년 무더위를 겪으면서 47%에서 59%로 껑충 뛰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등을 향해 탈퇴 지지를 호소하며 “나는 파리가 아닌 피츠버그 시민을 대표하려고 선출됐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피츠버그시는 지난해 대선에서 거의 80%가 힐러리 클린턴에게 투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40년 전 쇠락한 피츠버그를 떠올렸을 수 있지만 피츠버그는 더 이상 러스트 벨트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번 탈퇴 선언에는 스콧 프루잇 EPA 청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오바마 정부의 환경정책에 반대하는 소송을 주도한 인물이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자 EPA 예산은 깎였고, 기후변화 정보를 공시하던 웹페이지도 폐쇄됐다. 트럼프 대통령을 이방카 부부 등이 설득하고 있었는데, 탈퇴 찬성론자들이 불안한 마음에 언론에 설익은 탈퇴 선언 정보를 먼저 흘려 공식발표보다 먼저 기사화됐다는 추측도 나온다.

각국 지도자들 반응도 흥미롭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은 재협상이 없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협상 여지를 던지기는 했지만, 이미 그를 겪은 지도자들은 이번 탈퇴 선언을 또 하나의 ‘거래의 기술’로 여기는 것은 아닐까. 세계 최강국 리더가 지구의 미래를 담보로 도박을 시도한 것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정재영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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