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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 이번엔 잠과 꿈 세계로 떠나다

입력 : 2017-06-03 03:00:00 수정 : 2017-06-02 20: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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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밤은 고통스럽지만 영감도 줘
불면증 베르베르, 잠이라는 미지 영역 소설로
수면 생리학자 실종사건 추적하며 꿈 탐험
잠 연구결과·상상력 결합… 환상의 세계 구축
등장 인물 통해 ‘잠 잘 자는 법’도 소개
평소 “잠이 적다”고 말했던 나폴레옹은 사실 불면증 환자였다. 늘 잠이 부족한 그는 극도로 예민했고, 걸핏 하면 화를 냈다. 이웃나라를 수없이 침략한 것이 그의 불면증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폴레옹 외에도 유명인 중에는 잠 때문에 고생한 사람이 많다. 빈센트 반 고흐를 비롯해 아이작 뉴턴, 토머스 에디슨, 메릴린 먼로, 셰익스피어, 마거릿 대처 등이 모두 불면증 환자였다. 이들은 잠 못 이루는 밤으로 고통스러워했지만, 때로는 불면의 밤에서 영감을 얻기도 했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불면의 밤을 피하지 못했다. 2014년 시작된 불면증은 그가 신간 ‘잠’을 쓰게 된 촉매제가 됐다. 전작 ‘타나토노트’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베르베르가 이번에는 잠과 꿈의 세계를 탐험한다. 2013년 ‘제3인류’ 이후 4년 만의 신작이다. 이전 작품에서 육체와 정신세계를 오가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그는 이번에도 ‘잠’이라는 소재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잠은 아직까지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다. 


‘잠’의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제공
인간은 일생의 3분의 1을 자면서 보낸다. 12분의 1은 꿈을 꾼다. 그러나 인간은 잠을 몸을 회복시키는 시간 정도로 생각할 뿐, 잠을 자고 꿈을 꾸는 메커니즘에 대해 규명한 바가 없다.

수면주기는 잠의 깊이와 뇌파의 종류에 따라 5단계로 나뉜다. 마지막 단계에서 안구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두뇌 활동은 활발해지며 선명한 꿈을 꾼다. 렘(REM) 수면 또는 역설수면(逆說睡眠) 단계다. 베르베르의 ‘잠’은 역설수면 다음에 여섯 번째 단계가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스물여덟 살 의대생 자크의 어머니 카롤린은 수면을 연구하는 신경생리학자다. 카롤린의 설명에 따르면 6단계 수면은 좀 더 깊은 잠을 인공적으로 유도해 얻어지는 단계다. 심장 박동은 더 느려지고 몸은 이완되지만 두뇌 활동을 더욱 활발해진다. 카롤린은 이 단계를 ‘솜누스 인코그니투스’(미지의 잠)라고 명명한다. 그러나 6단계 수면을 확인하기 위한 비밀 시험 도중 피시험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카롤린은 다음날 실종된다.


나폴레옹을 비롯해 빈센트 반 고흐, 아이작 뉴턴, 토머스 에디슨 등은 모두 불면증 환자였다. 이들은 잠 못 이루는 밤으로 고통스러워했지만, 때로는 불면의 밤에서 영감을 얻기도 했다.
어머니를 찾기 위해 고민하던 자크는 꿈에서 20년 뒤의 자신을 만난다. 미래에서 온 48세의 자크가 자초지종을 전한다. 카롤린이 수면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다음 시험을 성공하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떠났다가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다. 카롤린은 강연에서 자각몽을 완벽히 통제해 불안·우울·공격성·자살충동 등을 제거한 말레이시아 세노이족을 언급한 적이 있었다.

자크는 혼란에 빠진다. 미래의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꿈속 인물의 조언을 듣고 어머니를 구하려 찾아갈 것인가. “내가 지금 자네한테 말을 할 수 있는 건 미래에 내가 한 발명 덕분이야.” 중년의 자크가 한 말에 6단계 수면의 비밀이 담겨있다.

베르베르는 수면과학의 실제 연구 결과와 상상력을 결합해 정교한 환상의 세계를 구축한다. 1980년대 과학 전문기자로 일하면서 쓴 자각몽에 대한 르포와 불면증이 소설을 쓴 계기가 됐다. 베르베르가 작중 인물들의 입을 빌려 소개하는 ‘잠 잘 자는 법’이나 ‘잠을 이용해 공부하는 법’도 흥미롭다.

책을 통해 베르베르는 “잠은 캐내서 쓸 수 있는 소중한 보물이 가득 들어 있는 평행세계”라며 “무익하다고 오해를 받는 이 3분의 1의 시간이 마침내 쓸모를 발휘해 우리의 신체적, 정신적 가능성을 극대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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