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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폭탄으로 야당 혼낸 문빠
민주주의라며 부추기는 친문
살해 위협, 가족협박은 폭력
자제 요청과 자정 노력 절실
최근 지인들과 저녁 자리를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화제였다. 잘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낮고 열린 자세와 ‘사이다 국정’. 문 대통령 지지율은 80%를 훌쩍 넘는다.

찬사가 넘치면 딴말은 불온한 법. 동종 업계 지인은 “자기 검열을 단단히 해야 한다”고 했다. 농담 같은데, 진담으로 들렸다. 안 그래도 본사 내부에 ‘새 정부 관련 기사 작성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경계심이 있던 터였다. ‘문재인 지킴이’인 열성 지지층 때문이다. 이들은 문 대통령 사진 등을 문제 삼아 ‘한경오(한겨레·경향·오마이뉴스)’를 무릎 꿇렸다. ‘문빠 칼럼’을 실은 한 일간지의 기자들도 페이스북 대화 유출로 곤욕을 치렀다.


허범구 논설위원
문빠는 이제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세력이 됐다. 밉보이면 난리나는 온라인의 절대 강자. 비문에겐 무서운 ‘완장 권력’이다.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해. 꽃길만 걷게 해줄게.” 아이돌보다 강력한 ‘문재인 팬덤’은 필요한 비판도 응징한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를 추궁한다고 야당 청문위원들에게 문자폭탄을 보낸 건 실력행사다.

“팔아줄 수 없는 물건”이라고 이 후보자를 혹평했던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 “주말 내내 문자를 1만통쯤 받았다”고 했다. 그와 주승용 의원 등은 전화번호를 바꿨다. 국민의당은 어제 문자폭탄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했다. 이 후보자 인준을 거부한 자유한국당은 인터넷에서 온갖 욕을 먹었다. 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는 기사엔 1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적폐 청산의 목소리가 다시 들끓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무리 실정해도 콘크리트 지지를 보냈던 박사모. 탄핵 후에도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반성과 책임을 외면하며 민심을 거슬러 대선 참패의 원인을 제공했다. 이런 오판은 범법 행위마저 감싼 지지자들의 탓이 크다. 폭력시위 주도 혐의로 구속된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님(박근혜) 계신 곳이니 영광으로 여기겠다”고 했다.

한나 아렌트의 책 ‘전체주의의 기원’에는 ‘폭민(暴民·mobs)’이란 개념이 나온다. 증오로 가득 찬 절망적 개인들이 대중운동의 도그마를 만나면 폭민이 된다. 전체주의는 폭민의 조직화라는 게 아렌트의 분석이다. 지도자에게 맹종하는 건 폭민이나 박사모나 다를 바 없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전체주의 냄새를 풍긴다. 배우 송강호는 지난 25일 한 방송에 출연해 “소문만으로도 블랙리스트 효력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작품을 고를 때면 정부를 의식해 자기 검열을 하고 “그러면 심리적으로 위축된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다를까.

문빠는 양날의 칼이다. 문 대통령만을 위할수록 독선적, 배타적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무조건 옳다”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분법적 편가르기는 통합을 해친다. 빠가 까(비판자)를 만든다. 문빠가 너무 나대면 개혁 저항이 커질 수 있다. “문빠=홍위병” 프레임은 보수진영의 단골 무기다.

더불어민주당 친문들의 태도는 안이하고 위험하다. 손혜원 의원은 문자폭탄 어감이 부정적이라며 대신할 명칭을 만들겠다고 했다. 성형하면 인격도 바뀐다는 식이다. 박광온, 표창원 의원은 “시민들의 직접적인 참여”, “주권자의 권리”라고 했다. 문자폭탄을 민주주의로 옹호하는 건 문빠를 부추기는 일이다.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한 문 대통령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자제도 요청해야 한다. 자칫 실기하면 문 대통령도 난감할 수 있는 통제 불능의 집단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문빠의 절제와 자정은 절실하다. 민주주의를 주장하려면 문자 내용을 순화해야 한다. 일부 야당 의원은 살해 위협이나 가족사진을 통한 협박을 경험했다고 한다. 여성 의원을 성적으로 비하한 문자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만 앞세우면 뭘 해도 된다는 완장 권력의 특징이다. 인신공격이나 욕설, 막말도 삼가야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강성 문빠에게 질려 침묵하거나 탈퇴하는 사례가 는다고 한다. 문빠도 자기 검열에 나설 때다.

허범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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