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슈플러스] ‘안전 외주화’ 경각심 일깨웠지만… 갈길 먼 ‘메피아 대책’

입력 : 2017-05-28 19:01:32 수정 : 2017-05-28 22:06:4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구의역 사고 1주기… 관련 임직원 등 9명 불구속 기소/작업자 안전 최우선 약속 해놓고 올초까지 기본안전장구 미지급/ 사고 되풀이… 재발방지 ‘헛구호’/ 수리공 비정규 무기계약직 전환/“생색내기 말고 정규직화” 요구/ 여야 “근본 대책 수립” 한목소리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다 사고로 세상을 떠난 김모(19)군. 그의 죽음은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등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의 열악한 사정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국민들은 “너의 잘못이 아니다”는 말로 김군을 애도했고, 그가 감내해야 했던 노동환경의 변화를 요구했다.

김군이 사고를 당한 지 1년이 지난 28일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서울메트로 임직원, 안전관리 용역업체 관계자 등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구의역 사고 1주기인 2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장강에 추모의 글과 함께 국화가 놓여 있다. 지난해 5월28일 비정규직 노동자 김군(19)이 구의역 9-4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고를 당해 유명을 달리했다.하상윤 기자

이 사고로 수면 아래에 있던 이른바 ‘메피아(메트로+마피아)’ 실태가 드러나고 안전문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고 김군과 비슷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 등 재발방지 대책이 헛구호에 그친 것도 적지 않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성상헌)는 이날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서울메트로 이정원(53) 전 대표, 지하철 안전문 관리 용역업체 은성PSD 이모(63) 대표 등 9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안전관리 책임자인 회사 대표가 관련 조치를 미이행한 혐의(산업안전보건법 위반)로 서울메트로와 은성PSD 각 법인도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표 등은 지난해 5월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2인1조작업’ 등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사망사고를 유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인력부족 상황을 방치하고 부실하게 감독한 서울메트로 본사 임직원과 구의역 역무원, 은성PSD 임원 모두 김군의 사망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안전사고 위험이 상존하는 부문을 외부업체에 전담시키는 ‘위험의 외주화’는 책임과 역할을 분산시켜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고 발생 후 1년이 지나는 동안 안전조치가 강화되기도 했다. 서울메트로는 과거 1시간 내에 출동하지 않으면 벌점을 주는 등의 부당한 평가방식을 없애고 모든 안전업무를 2인1조로 의무화했다. 수리공들의 임금도 김군이 받았던 140만원에서 50만원가량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 1∼4호선 모든 역사의 스크린도어를 한 곳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관제시스템도 마련됐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메트로는 사고 당시 “작업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올 초까지 스크린도어 유지·보수직원들에게 안전모나 엑스(X)반도 등 기본적인 안전장비도 지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사고도 계속 발생해 구의역 사고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기록된 ‘철도안전사상사고’는 모두 6건으로, 이 중 직원이 다친 사고가 5건이었다. 지난해 9월에는 지하철 2호선 성수역 장안철교 부근에서 20대 비정규직 하청노동자가 다리 보강공사 도중 추락해 숨지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고용사정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시각도 강하다. 서울시는 사고 이후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등 4개 분야의 근로자 141명(지난 1월 기준)을 서울메트로가 직접 고용하도록 했지만,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신분의 무기계약직으로 뽑아 ‘생색내기’란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김군의 동료들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리공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시민들은 이날 사고가 발생한 구의역 9-4 승강장을 찾아 조화와 사발면 등과 함께 등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여야 각 정당도 한목소리로 “제2의 구의역 사고를 막자”며 근본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 사건은 그저 지하철 안전사고가 아니다”며 “청년들이 처한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
  • 이다희 '깜찍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