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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갖춘 ‘훈남 드림팀’ 클래식 벽 낮추다

입력 : 2017-05-28 21:22:30 수정 : 2017-05-28 21: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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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맞은 클래식계의 아이돌 ‘디토’ / 연예기획사 방식 모방, 뮤직비디오에 팬미팅… 10∼20대 관객 모아 / 6월 14일부터 10주년 기념공연 / 높은 음악성으로 실내악 레퍼토리 확장 / 인물중심·상업화 ‘한계’ ‘클래식계의 아이돌’ 앙상블 디토(DITTO)가 10주년을 맞았다. 디토는 2007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을 중심으로 한 실내악단으로 출발했다. 이들은 실력이 빼어난 데다 여타 음악인들과 달리 젊고 세련된 ‘훈남’이었다. 기획사 역시 연예인처럼 이들의 매력을 포장해 내놓았다.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첫 시도였다.

팬덤이 뒤따른 건 당연했다. 이런 인기를 발판으로 앙상블 디토는 열악했던 실내악에 대한 관심을 늘리고 관객층을 넓히는 성과를 거뒀다. 다만 ‘클래식의 상업화’에 대한 일부의 거부감과 평가절하는 넘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앙상블 디토는 마케팅과 홍보에 공들이며 클래식 음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크레디아 제공
◆연예기획사 방식 도입 ‘엄친아’ 실내악단


디토는 모든 면에서 신선했다. 피아노 4중주단으로 시작한 이들은 클래식은 엄숙하고 고루하다는 선입견을 깼다. 늘씬한 정장을 입은 채 화보와 뮤직비디오를 찍고 팬미팅을 열었다. 멋진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개개인의 실력 또한 발군이었다.

디토는 실내악을 하고 싶다는 용재 오닐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당시 실내악의 인기는 저조했다. 해외 유명 악단이 아니면 1000석 규모 공연장을 넘보기 힘들었다. 디토 소속사인 크레디아 관계자는 “연주력이 엄청난 실내악단을 양성하자는 목표가 아니라 실내악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관객을 끌어오고 싶었다”며 “나아가 해외 연주단체만 데려오기보다 우리도 수출을 해보자는 거대한 계획을 갖고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연예기획사의 방식도 모방했다. 의상과 무대연출에 신경 쓰고 영화처럼 콘셉트를 잡아 포스터를 찍었다. 포토에세이 발간, 해외화보 촬영도 이어졌다.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 클래식을 들어보게 하려는 전략이었다. 크레디아 관계자는 “왜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만 계속 듣고 그 외에는 관심조차 없는지 답답했다”며 “클래식 음악으로 스타팀을 만들고 싶었기에 상업적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10∼20대 관객이 몰리기 시작했고, 팬들의 열기가 대중가수 콘서트처럼 공연장을 달궜다. 디토 공연은 2009~2011년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 유료 티켓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이들의 이름을 딴 피아노와 청바지도 나왔다. 2010년 일본으로 활동영역을 넓힌 이들은 데뷔 첫해에 7000석을 매진시켰다. 2015년에는 상하이 콘서트홀에서 중국 데뷔 무대를 가졌다. 

◆실내악 저변·관객층 넓혀…인물 중심은 한계


순수예술 지상주의와 엄숙함이 지배한 국내 클래식계에 디토는 좋은 자극제였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전에는 클래식 음악회에 가는 걸 따분하게 여겼는데 디토는 이런 공연문화의 체질을 바꿨다”며 “예술을 소비하는 방식을 안내해 줬다”고 평가했다. 류 평론가는 “일단 음악을 접해야 호불호가 생기는데 보통 클래식 공연장 자체를 찾지 않는다”며 “디토는 훈남을 보기 위해서든 뭐든 공연장을 찾는 동인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노승림 음악칼럼니스트는 “음악성이 따라주지 않았으면 이런 시도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쉽게 갈 수 있었음에도 음악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고 짚었다.

실내악의 저변을 확대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노 칼럼니스트는 “관객의 충성도가 꽤 높다 보니 디토가 공연 프로그램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었고 덕분에 실내악 레퍼토리를 많이 확장했다”며 “스티브 라이히, 올리비에 메시앙 등 현대음악으로 시리즈를 했을 때도 기대 이상으로 관객을 동원해 놀랐다”고 전했다. 그는 “디토에 충성하는 관객이 악단과 동반 발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물에 기반한 ‘팬심’은 가능성이자 한계이다. 노 칼럼니스트는 “용재 오닐의 이름과 능력에 많이 의존하다 보니 공연 프로그램 전체를 넓히는 데 한계가 있는 듯하다”고 밝혔다. 관객의 80% 이상이 여성팬이라는 데 대한 외부의 평가절하, 상업화에 대한 거부감도 넘어서야 할 부분이다. 크레디아 관계자는 “연주도 안 듣고 선입견을 갖는 분도 있지만 디토가 가진 진정성과 연주력에 대한 고집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유지됐다”며 “10년차를 맞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앞으로 이미지보다 음악에 더 초점을 맞춰 이들을 알리려 한다”고 밝혔다.

디토는 10주년을 맞아 다음달 14일부터 7월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기념 페스티벌 ‘카니발’을 연다. 디토는 그간 고정된 멤버 없이 유동적으로 운영돼 왔다. 올해는 2015 차이콥스키 콩쿠르 2위인 바이올리니스트 유치엔 챙, 첼리스트 문태국, 클라리넷 연주자 김한 등이 새로 합류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7월 1일 피아니스트 임동혁·지용, 용재 오닐 등 젊은 연주자들과 갈라 공연을 연다. 용재 오닐과 클래식 기타리스트 무라지 가오리(16일),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27일)의 듀오 연주회도 마련됐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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