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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은 반대의견 주문하고 각 부처는 설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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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26 23:22:12 수정 : 2017-05-26 23: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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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협의 없는 졸속 정책 범람 / 공약 이행에 국고 빌까 걱정 / 우선순위 따져 추진해야 정부 부처 간 협의를 거치지 않은 졸속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교육부는 그제 어린이집 누리예산을 전액 중앙정부가 부담하겠다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보고했다. 3∼5세 무상보육 예산 2조원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매년 갈등을 빚었던 사안이다. 국방부는 내년부터 국방예산을 연 7~8%씩 대폭 늘리기로 했고,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직불금 인상을 시사했다.

이들 정책은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제시했던 공약들이다. 정권과 코드를 맞추기 위해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정책들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입장을 180도 뒤집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정책들이 부처 간 협의 없이 발표되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 여력과 우선순위를 따져야 하는데 이런 절차가 생략되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집 누리예산만 하더라도 정작 예산을 짜는 기획재정부는 “전혀 부처 간 협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2조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교육부가 대통령 공약 이행을 명분으로 밀어붙인 셈이다. 쌀 직불금 인상의 경우 농업 현실을 도외시한 청맹과니 정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과잉 생산으로 엄청난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 만큼 인상보다는 오히려 인하해야 마땅하다.

정부가 올해 공무원 신규 채용 규모를 1만2000명 추가 증원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내년에 배치하려면 최대한 빨리 채용공고를 내야 한다는 국정기획자문위 주문에 맞춰 추가 채용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 부문에 어느 정도 공무원이 필요한지 수요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재임 5년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창출하겠다고 한 문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서두르는 감이 있다.

문재인정부는 어느 정부보다 소통을 강조한다. 그제 청와대 첫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지시에 대한 이견 제시는 의무”라고까지 말했다. 이런 정부에서 부처 간 협의조차 없이 굵직한 정책들이 덜컥덜컥 발표되는 건 심각한 문제다. 이러다간 나라 곳간이 비지 않을까 걱정이다. 문 대통령 대선 공약집에 담긴 실천과제만 201개에 이른다. 이를 모두 이행하려면 5년간 178조원이 들어간다. 아무리 대통령 공약이라고 하더라고 재원 대책과 우선순위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 과속보다는 차근차근 추진해야 정책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욕심을 앞세워 발을 너무 크게 벌리면 오래 걷지 못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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