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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한국교포들은 10여년 전 한식집에서 소주를 병째로 마실 수 없었다. 소주가 독주로 분류돼 병째 파는 것이 불법이었다. 교포들은 힘을 결집해 법을 바꾸었다.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와인과 비슷하다는 논리가 먹혀들었다.

미국에서 소주 인기가 치솟고 있다. 싸이가 소주병을 들고 춤추는 옥외광고로 미국인들을 흥분시켰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소주는 한국에서 수입된 술’이라는 원산지 규정을 삭제하고 ‘한국에서만 만들어져야 한다는 제한이 있는 게 아니다’라고 법을 고치려 하고 있다. 한 뉴요커는 한국에서 배운 기술로 ‘토끼소주’ 브랜드를 만들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미국산 소주가 난립하면서 한국 소주 브랜드가 흔들릴 지경이다.

미국은 세계 주류 판매 각축장이다. 와인은 세금 기준이 됐다. 술세금이 맥주류 와인류 증류주 3항목으로 나뉘는데 와인이 한 자리를 차지했다. 프랑스가 얼마나 로비했는지 와인류 세금이 가장 낮고 와인의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이 다르다. 막걸리도 와인류에 포함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의거해 미 재무부 산하 술담배세금무역국(TTB)은 경주법주를 ‘쌀 와인’으로 승인했다. 쌀로 만든 술도 와인류로 분류한다고 명시했다. 쌀로 만든 소주가 와인으로 분류될 여지가 없는 게 아니다. 와인류는 알코올 도수 21도까지 인정한다.

미국에 소주를 수출하는 업자들이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소주를 와인류로 포장해 보냈던 모양이다. 소주 세금은 20병짜리 한 박스에 1만6000여원. 와인류로 분류되면 1660원에 불과하다. 일본술 사케가 와인 대접을 받고 있으니 소주의 세금이 과하다는 불평이 나올 만하다. TTB가 안동소주를 증류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를 간과한 듯하다. 제조방식으로 보면 소주는 증류주이므로 발효주인 와인과 다르다. 처벌을 피할 수 없다.

해결책이 없는 게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 시에 미국 저명 인사들을 불러 소주를 대접하면서 한국에서 저녁식사 때 소주를 와인처럼 마신다고 문화적 유사성을 설명하면 된다. 문 대통령은 후보 때 퇴근길에 소주 한 잔 나누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미국에서 지키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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