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시종일관 날카로운 착수… 만리장성도 뛰어 넘은 알파고

입력 : 2017-05-23 22:15:56 수정 : 2017-05-23 22:15:5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첫 대국 289수 만에 백 1집반 승/커제, 초중반 접전 후 끌려다녀/우하귀 3·3 파고들며 기회 엿봐/흑 51로 백 넉점 확실히 제압에도/알파고의 ‘응수타진’ 위력 발휘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중국 랭킹 1위 커제 9단을 상대로 하늘 위에 하늘이 있음을 가르쳐준 승부였다. 커제만 넋을 잃은 게 아니다. ‘혹시나’ 하면서 대국을 지켜보던 한·중·일 3국의 인간 기사들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승부 결과는 289수 만의 백 1집반 승. 이것만 보면 근소한 차이의 접전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일방적이었다. 흑을 든 커제는 초중반에 전개된 좌변 접전 이후 단 한 번도 역전의 기회조차 엿보지 못한 채 무릎을 꿇었다.

커제가 승부욕을 보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소목과 3·3을 점한 흑1·3은 현대 프로 대국에선 거의 볼 수 없는 견고한 포진. 선실리·후타개의 전법으로 일세를 풍미한 일본의 ‘면도날’ 사카다 에이오(坂田榮男)가 전성기 시절 무수한 승점을 낚기도 했던 전통 있는 수법이다. 커제는 흑7로 우하귀의 3·3도 파고들었다. 호불호를 떠나 알파고가 3·3을 제법 즐긴다는 점을 의식한 커제의 역발상이 돋보였다. 커제가 적어도 초반에는 의욕에 넘쳤다는 뜻일 것이다. 

중국 커제 9단(오른쪽)이 23일 중국 저장성 우전의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구글의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와 1차 대국을 마친 뒤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우전=EPA연합뉴스
알파고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인간의 심장이 없으니 그러고 싶어도 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백24가 ‘알사범’(국내 프로기사들이 이렇게 부른다)’다운 수법. 발이 느린 느낌이지만 중앙을 중시한 알파고 나름의 취향이다. 백26의 좌변 침투로 전투 개시. 그러나 알파고는 백26·28을 사석으로 내주면서 백30부터 46까지 가볍게 좌상귀의 소유권을 빼앗아 버렸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유불리를 논하기 어려운 진행. 

백50은 다소 한가해 보이는 응수타진이다. 하변이 급한데 뭔 응수타진이란 말인가. 커제는 흑51로 백 넉점을 확실히 제압했다. 여기에 이어진 백54는 더 한가해 보이는 수. 그러나 백50·54의 차단은 결과적으로 흑의 기력을 빼앗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위력을 발휘했다. 23일 중국 저장성 우전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바둑의 미래 서밋’ 3번기 1국을 지켜보던 목진석 9단, 김성용 9단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영구 9단은 “처음 알파고를 봤을 때는 ‘저렇게 둬도 되나’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저렇게 두는 거다’라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했다. 백50·54가 좋은 본보기감이다.

검토실은 백68 시점에서 알파고의 우세가 확립됐다고 입을 모았다. 백84의 침입수도 날카로웠다. 이때부터 종국 때까지 커제는 괴롭고 또 괴로웠을 것이다. 아무리 쫓아가도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는 알파고 때문에. 저 하늘은 왜 저리 멀리 있는지, 원망스러웠는지도 모른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
  • 블랙핑크 로제 '여신의 볼하트'
  • 루셈블 현진 '강렬한 카리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