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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에 격세지감 추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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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기분 좋다!”

문재인 대통령, 정세균 국회의장, 임채정 전 국회의장, ‘대통령의집’ 안내해설 자원봉사자인 고명석·김용욱씨 등이 23일 입을 모아 말했다.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이들은 노 대통령이 살아있었다면 오늘날 이같이 말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생전 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봉하마을로 내려오며 한 말이기도 하다.

이번 추도식은 진보진영으로의 정권교체를 실감케 했다. 분노와 슬픔이 표출되며 다소 소란하고 어수선했던 이전 추도식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2015년 6주기 추도식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대놓고 비판해 파장이 일었다. 이듬해 진보진영이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화돼 치러진 20대 총선 직후의 7주기 추도식에서는 추도식에 참석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시민들의 야유와 욕설을 받아내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인 23일 오전 7시 30분 서울에서 왔다는 4명의 형제자매가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공식 추도식은 오후 2시 부터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다. 김해=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이날 추모객들은 문 대통령을 보며 환호성을 지르고,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누군가를 향한 비난은 찾아볼 수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전 (추도식)에는 비장함, 결기 이런 느낌이 들었는데, 올해는 다들 편안한 표정들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역대 최대 인파인 5만여명(노무현재단 측 추산)이 몰린 가운데 집권여당이 된 민주당에서는 소속 의원의 절반 이상인 70여명이 집결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서는 당 대표로서 김동철,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각각 참석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개인 사정이 있어 못 간다”며 박맹우 사무총장을 대신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김해=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추도식은 노 전 대통령에게 ‘민주정부 3기’의 출발을 보고하는 자리였다.

정 의장은 인사말에서 “바보 노무현이 시작한 ‘이산(移山)’의 역사를 이제 우리 국민이, 새로 출범한 민주정부가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전 의장은 “문재인정부의 출범은 지난 10년간 민주주의 후퇴에 맞선 우리 국민 모두의 진통과 산고의 결과이자 노무현 정신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시인이기도 한 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추모시 ‘운명’을 낭독할 땐 식장은 그리움과 감격의 눈물바다가 됐다. 도 의원이 낭독 말미에 “당신이 이겼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우리들이 이겼습니다”라고 외칠 때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건호씨는 울컥하며 손으로 입을 막았다. 문 대통령은 건호씨와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의 옆자리에 앉아 추도식 내내 눈물을 참았다. 그러나 이어진 ‘나비 1004마리 날려보내기’ 행사에서 급히 손수건을 꺼내들었다.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아들 노건호 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해=청와대사진기자단
유족 인사말을 위해 무대로 올라선 건호씨는 “아버님이 살아계셨다면 오늘 같은 날 막걸리 한잔 하자고 했을 것”이라며 “사무치게 뵙고 싶다”고 말했다.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추도식 직후 비공개 일정으로 권 여사를 예방했다. 추 대표는 예방 후 기자들과 만나 “노 대통령이 서거한 후 계속 우울하고 슬펐지만, 오늘은 비로소 빚진 마음을 덜 수 있는 날”이라고 말했다.

김해=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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